[단독] 산하기관 채용비리 직원까지 정규직 재고용하라고?

입력 2018-06-17 18:40 수정 2018-06-17 21:35
고용노동부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인사에 개입해 논란을 낳고 있다. 감사원 지적을 받은 한국기술자격검정원을 청산하면서 이곳의 직원 85명을 산업인력공단의 경력직으로 채용하라고 한 게 불씨다. 검정원은 5년간 채용비리 78건이 적발된 곳이다. 채용 대상자 가운데 전·현직 산업인력공단 간부급 자녀도 있다. 산업인력공단에 근무하다 명예퇴직금을 받고 검정원으로 옮긴 직원도 있다. 산업인력공단 노동조합은 불공정 경쟁으로 청년 채용 기회를 박탈했다며 감사원에 고용부 감사를 청구하고 나섰다.

17일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1일 검정원 직원 고용과 관련한 방침을 담은 공문을 내려보냈다. 검정원 직원을 경력직으로 채용하라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개채용과 달리 서류·면접 심사만 거치도록 했다. 경력직 채용 대상으로 꼽힌 직원은 85명이다.

2012년 설립된 검정원은 산업인력공단이 맡고 있던 국가기술자격 검정업무 중 일부를 위탁 수행한다. 한식조리 등 12개 국가기술자격의 원서접수,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시행, 자격증 발급 등을 맡고 있다. 위탁을 받았지만 사무실이나 실기시험 장비는 산업인력공단의 시설을 이용했다. 대여료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지난해 8월 감사 결과를 통해 시설도 없는 기관에 위탁하는 건 국가기술자격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결국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위탁업무 중단, 검정원 청산을 결정했다. 이어 검정원 직원을 산업인력공단에 재고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어 산업인력공단에 재고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고용 대상 가운데 채용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직원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검정원의 채용비리는 78건에 이른다. 채용을 추천한 인사를 심사위원에 포함하는 등 다양한 유형이 드러났다. 검정원 직원 가운데 6명이 전·현직 산업인력공단 관계자의 자녀라는 점도 의혹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이 중 5명은 계약직으로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여기에다 산업인력공단에서 명예퇴직을 한 뒤 검정원으로 이직한 직원 17명도 재고용 대상자에 들어간다. 이들은 최대 2억원에 이르는 명퇴금을 받고 검정원으로 옮겼었다. 재고용을 할 경우 이들로부터 명퇴금을 회수할 수도 없다.

산업인력공단 노조는 18일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청년층에게서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한다는 게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업무의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산업인력공단에서 경력직으로 채용하라는 것”이라며 “채용비리자 등 부적격자는 심의를 통해 걸러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