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출신 일색 지자체장… 藥인가 毒인가?

입력 2018-06-17 19:43 수정 2018-06-17 21:53

전북도 OO과장, 전북도 OO국장, 전북도 기획관리실장, 전북도 행정부지사, 전북도 정무부지사….

지난 13일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전북지역 단체장 당선자의 중심 이력들이다. 도지사를 비롯해 14명의 시장·군수 등 15명의 당선자 가운데 9명이 전북도청 등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관료 출신의 민선 단체장들이 속속 배출되면서 ‘원만한 행정이 기대된다’는 평가와 ‘변화가 없고 역동적이지 못하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17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선 이번 선거에서 공무원 출신 7명의 단체장이 재선에 성공하고 퇴직한 2명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송하진(사진) 도지사는 도 기획관리실장을 지내다 전주시장에 선출돼 연임한 뒤 2014년 전북도의 수장이 됐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도 대외협력국장과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하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환주 남원시장과 유기상 고창군수 당선자는 도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뒤 고향 주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또 박준배 김제시장 당선자는 도 새만금개발국장, 신민 임실군수는 도 체육청소년과장을 지냈다. 재선인 이항로 진안군수는 진안읍장을 지낸 뒤 정치판에 들어섰다.

충북지역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도지사를 포함해 12명의 단체장 당선자 중 공무원 출신이 9명이나 된다. 충북의 첫 3선 도지사인 이시종 지사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내무부(행정안전부) 지방자치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한범덕 청주시장 당선자는 대전시 대덕구청장을 거쳐 충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경찰대 1기로 충남지방경찰청장, 중앙경찰학교장 등을 역임하고 자치행정의 길로 들어섰다.

조병옥 음성군수 당선자는 충북도 행정국장, 이차영 괴산군수 당선자는 충북도 경제통상국장을 지냈다. 괴산군수 자리는 1995년 민선자치 부활 이후 23년간 모두 공무원 출신이 꿰차는 진기록을 세웠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류한우 단양군수는 충북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을 역임했다. 이상천 제천시장 당선인은 7급 공채로 입문, 제천시 행정복지국장 등을 지냈다.

전북 전주시장의 경우도 유별나다. 1998년부터 20년간 전북도 고위 공무원만이 시장 자리에 앉았다. 김완주 시장과 송하진 시장은 전북도에서 기획실장을 지낸 뒤 선거판에 뛰어들어 각각 8년씩 재임했다. 이후 차례로 도백에 도전해 뜻을 이뤘다. 이번 선거에서 김승수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전주시는 24년간 공무원 출신만이 시정을 이끄는 특별한 지역이 됐다.

관료 출신들이 단체장 주류를 이룬데 대해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관료 출신들은 보신이나 관리에 중점을 둬 도전이나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경향이 보인다”며 “지역발전을 위한 측면이나 진정한 주민참여 자치시대로 나아가는 데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주·청주=김용권 홍성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