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텐트냐 중도 개혁이냐 도로 양당체제냐… 세 가지 보수 재편 시나리오

입력 2018-06-18 04:02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위 사진 앞줄 가운데)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방선거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본 뒤 자리를 뜨고 있다. 박주선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같은 날 개표방송을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아래 사진).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에 참패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야권 재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

6·13 지방선거에 참패한 보수 야권은 새로운 가치와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재편을 해야 한다는 국민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야권은 2020년 총선 전까지 고강도의 내부 혁신과 정계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동원해 보수 진영의 ‘새판짜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거론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한국당을 중심으로 바른미래당, 중도·보수 시민사회 세력을 통합하는 ‘빅텐트’ 시나리오가 나온다.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때처럼 범보수가 힘을 합치자는 구상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한두 달간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각자 선거 패배 후유증을 추슬러야 하기 때문에 통합을 추진하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도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나 모두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았지 않았느냐”며 “필요하다면 합당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반공보수’ 이미지를 벗고, 바른미래당은 약점으로 거론된 조직과 세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각각 있다. 여기에 시민사회까지 합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호남 지역 의원들은 한국당과 손잡을 경우 유권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한 호남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이미 호남 민심이 등을 돌렸다. 한국당과의 통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출신의 한 의원도 “한국당에 남아 있는 친박(친박근혜) 등 80∼90%가 청산 대상”이라며 “합당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재편 시나리오도 유력 대안으로 거론된다. 손학규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중도개혁 세력의 재편을 바른미래당이 주도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 내 온건보수 세력과 더불어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세력을 흡수해 기존 한국당을 대체하는 정치 세력을 만들자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한국당은 국민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한국당 중심의 정계개편은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새로운 보수를 꿈꾸는 사람들이 한국당을 버리고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현재 정계개편의 구심점이 될 만한 세력과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역은 물론 기초단체장 한 자리도 당선시키지 못할 만큼 참혹한 성적표를 받은 데다 당의 간판인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도 3등을 거둬 치명타를 입었다. ‘합리적 중도’를 주장하는 당내 호남계와 ‘개혁 보수’를 주장하는 유승민계의 정체성 대립도 현재진행형이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정계개편을 주도하려면 내부 결속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내부 결속에 실패할 경우 바른미래당은 야권 재편을 주도하기는커녕 분당 수순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호남계가 떨어져 나와 민주당으로, 나머지 인사들은 한국당에 흡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은 결국 한국당에 흡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민주당 양측으로 원심력이 작용할 것”이라며 “정계개편이 본격화될 경우 바른미래당에서부터 이합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문동성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