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 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4·사진) 터키 대통령의 15년 넘은 철권통치가 끝날 수 있을까. 1주일 뒤로 다가온 터키 대선·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반(反)에르도안 전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경제위기와 안보 긴장에 피로를 느낀 유권자들이 변화를 선택할지가 주목된다.
이미 투표는 시작됐다. 일간 휴리에트에 따르면 터키는 16일(현지시간) 중국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을 시작으로 19일까지 대선·총선 해외부재자투표를 마무리한 뒤 24일 본토에서 대선을 치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야권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이번 선거가 에르도안에게 힘든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에르도안은 전처럼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지난 14일 여론조사기관 게지지의 결과에 따르면 대선에서 에르도안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 비율은 47.1%에 그쳤다. 대선 1차 투표에서 어느 후보도 득표율 50%를 달성 못하면 2차 투표를 치러야 한다. 에르도안은 2014년 대선에서 51.79%를 득표, 1차 투표 만에 당선됐다.
2차 투표가 성사될 경우 에르도안을 일대일로 상대할 유력 야권 후보는 최대 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무하렘 인제이(54)다. 고등학교 물리교사 출신인 인제이는 스스로를 서민층을 대변하는 인물로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지지율이 30%대에 머물지만 2차 투표가 성사되면 에르도안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의회에서도 에르도안은 위기다. 여당인 정의개발당(AKP)과 민족주의행동당(MHP) 연합은 같은 조사에서 지지율이 48.7%에 그쳤다. 이를 상대할 야권연합은 공화인민당을 필두로 신생 선한당(Good Party)과 무슬림정당 행복당(Felicity Party)에 민주당이 힘을 합했다. 또 다른 주요 야권세력 쿠르드계 인민민주당(HDP)은 연합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우호적이다.
야권이 힘을 합한 건 정부를 향한 대중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해서다. 선거 승리를 위해 매번 대외적으로 군사 갈등을 촉발시키고, 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환율에 개입해 물가 폭등을 유발한 점 등이 에르도안의 실정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한 개헌 국민투표 뒤 전국적으로 반정부 거리행진 시위가 인 것도 야권이 연합한 계기였다.
오마르 타스피나르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야권이 단결을 유지하면 이길 확률도 높아진다”면서 “경제 악화와 더불어 야권에서 카리스마적 중도 진보성향 인물인 인제이가 등장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WP에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反에르도안 전선 불길… 터키 15년 철권 끝낼까
입력 2018-06-17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