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율관세 조치에 맞서 중국이 같은 규모인 500억 달러(약 54조95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중국은 특히 미국산 화학제품에 반덤핑 조치까지 추가하며 전면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의 고강도 보복으로 세계경제 양대 축인 G2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유럽을 비롯한 각국이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16일 “(미국이 중국산에 부과한 것과) 같은 규모와 같은 강도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1102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대응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중국이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산 품목은 659개로 미국보다 적지만 금액으로 따진 규모는 동일하다.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는 농산품과 자동차 등에 집중됐다.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 압박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항공우주, 로봇, 제조업, 자동차 산업 등 중국이 집중 육성하는 분야를 겨냥했다.
중국은 다음 달 6일 콩(대두)을 비롯한 농산품과 수산물, 자동차를 포함한 340억 달러 규모 545개 품목에 우선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관세 대상인 수산물에는 최근 중국에서 수입이 늘고 있는 랍스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화학, 의료설비, 에너지 등 114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일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은 아울러 미국산 요오드화수소산과 에탄올아민 등에 대해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리고 높은 보증금을 납부토록 하는 임시 조치를 오는 23일부터 시행한다고 공고했다. 수입업자에게 매겨지는 보증금은 덤핑 마진에 따라 요오드화수소산이 41.1∼118.8%, 에탄올아민이 11.7∼97.3%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치 않지만 인민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미국의 근시안적 행동을 강력히 되갚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신화통신은 “미국이 다시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도발했다. 중국은 강력한 반격에 나설 것”이라며 지원 사격을 했다.
전문가들은 고율관세 시행일까지 아직 3주 정도 남은 데다 양국 모두 무역전쟁의 손실이 크다는 점을 들어 정면충돌을 피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 존 궁 교수는 “이전에도 협상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미·중 양국이 조만간 다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中도… “美 제품에 25% 추가 관세”
입력 2018-06-17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