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벌면 12만1000원 빚 갚았다…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 빚 부담

입력 2018-06-18 04:02

벌이가 시원치 않은 탓에 가계의 빚 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가계부문의 소득 대비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은 5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도 5년 연속 상승세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주요국의 가계부문(가계 및 비영리단체) DSR 현황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 12.1%를 기록해 2012년에 이어 5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찍었다. DSR은 분모에 전체 소득, 분자에 모든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넣어 계산하는 지표다. DSR 12.1%라는 수치는 한국의 가계가 1년에 평균 1억원 번다면 이 가운데 1210만원을 빚 갚는데 썼음을 의미한다.

BIS 통계 기준을 충족해 가계부문 부채 현황을 제출한 17개국 중 한국은 DSR 비율에서 6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16.6%) 덴마크(15.0%) 노르웨이(14.9%) 등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북해 연안 국가들이 한국보다 빚 부담이 컸다. 반면 독일(6.1%) 일본(6.7%) 미국(8.3%) 등 주요 선진국은 한 자릿수 비율로 가계의 빚 부담을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강력한 가계부채 억제책을 동원해 가계신용 증가분을 108조3000억원으로 묶고 증가폭을 한 자릿수(8.1%)로 둔화시켰다. 하지만 가계의 소득 증가분이 형편없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39조3000억원 늘었고, 증가율은 4.5%라고 밝혔다. 부채 증가세는 확 줄었지만, 소득 증가세가 부채 증가세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셈이다. 소득보다 부채의 증가 속도가 여전히 빨라 가계의 빚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2013년 말 133.9%에서 지난해 말 159.8%로 5년 연속 높아졌다. 고용 지표가 악화되고 소득 증가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6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리자 원리금 상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