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좌고우면하는 경찰에 수사권 맡겨도 되겠나

입력 2018-06-18 04:00
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검찰과 경찰 내부의 여론 수렴을 거쳐 만든 조정안을 이번 주 공개하기로 하고 세부 내용을 최종 검토 중이다. 뼈대는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될 경우 검찰이 독점해온 수사 지휘권이 1948년 정부 수립 후 70년 만에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국회 입법 과정이 남아 있지만 수사 체계의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경찰의 날 기념식 등을 통해 수사권 조정을 올해 추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런 의지는 지방선거가 끝난 이틀 후인 15일 더욱 강력하게 드러났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 관계 부처 장관 등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다. 경찰은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야 하고,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사후적·보충적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왜 국민이 똑같은 내용으로 검·경에서 두 번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가 나의 오래된 문제의식”이라고까지 했다. 조정안에 반발해 독대를 신청한 문 총장 앞에서 공개적으로 경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을 주도한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경찰청장으로 내정해 경찰에 확실하게 무게를 실어줬다.

검사 지배형 형사 구조는 일제강점기 조선형사령에서 출발했다. 정부 수립 이후에도 검사가 지휘하는 구조가 이어져 왔고, 1954년 수사와 기소 분리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 이르다고 판단해서 현재의 틀이 만들어졌다. 이런 구도가 허물어지고 경찰의 수사 지휘권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짚어볼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의문은 과연 지금 경찰이 수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만큼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느냐 여부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은 많지 않다. 드루킹 수사 과정에서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던 경찰의 민낯을 우리는 똑똑히 목도했다. 진실 접근은커녕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좌고우면했던 조직이 경찰이었다. 정치권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경찰이라면 수사권을 가질 자격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자치 경찰 역시 지역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검찰도 그랬지만 경찰이 무능하고 통제를 받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의 과실을 얻으려면 수사 독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와 인권 보장, 경찰관 자질 향상 등 특단의 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검찰 권한의 분산·견제도 중요하지만 경찰의 내부 개혁도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