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준표의 ‘마지막 막말’, 여야 모두 곱씹어보라

입력 2018-06-18 04:00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의 ‘마지막 막말’은 들어볼 만한 구석이 있었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1년 동안 당을 이끌며 비양심적인 일부 국회의원을 청산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막말 한 번 하겠다”면서 비양심 의원의 부류를 열거했다.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의총에 술 취해 들어와 주정 부리는 사람, 국비로 세계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국민에게 내침을 당한 정객의 아우성으로 치부하기엔 구체적이었다. ‘국비 세계일주 의원’의 경우 지난 4월 청와대가 일부 실태를 공개하기도 했다. 19·20대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돈으로 다녀온 해외출장은 모두 167차례나 된다. 홍 전 대표는 이처럼 기본 자질이 의심스러운 부류와 함께 정치적 비양심 의원도 언급했다. “친박 행세로 공천 받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얼굴·경력 하나로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인 양 하면서 밤에는 친박에 붙어 앞잡이 노릇하는 사람.”

그의 말처럼 국회에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생존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정치가 후진적임을 뜻하며,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아무리 쇄신한들 이런 정치인은 또 생겨날 것이다. 여당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부적절한 해외출장 중 65차례는 여당 몫이었다. 인물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만큼 지방선거 압승을 거둔 터라 비양심 정치인이 새롭게 배출됐을 위험도 여당이 훨씬 크다.

홍 전 대표의 말은 마지막까지 거칠기 짝이 없지만 국회는 이런 ‘막말’에도 일정 부분 수긍이 갈 만한 행태를 보여 왔다. 상반기 내내 ‘빈손 국회’ ‘방탄 국회’만 계속하더니 후반기 원구성도 못해 국회의장은 20일째 공석이다. 국민은 6·13 선거를 통해 비양심 정치인의 생명줄이던 지역구도와 이념구도를 깨버렸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보수든 진보든 이제는 일을 잘해야 표를 주겠다는 메시지였다. 새롭게 태어나야 할 야권도, 책임을 감당해야 할 여권도 이를 명심하지 않는다면 더 큰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