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에 더 많은 자율성 부여해야” 검찰총장 앞에서 경찰 손 들어준 文 대통령

입력 2018-06-16 04:00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부처 수장들과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성 경찰청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문무일 검찰총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독대를 신청한 문무일 검찰총장 앞에서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문 대통령은 문 총장과 이철성 경찰청장, 관계부처 장관 등과 함께 오찬을 하면서도 수사권 조정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전 11시30분부터 30분간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문 총장과 면담했다. 면담은 문 총장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배석했다. 문 총장은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를 전달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수사권 조정안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검찰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경찰은 수사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야 한다”며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사후적, 보충적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사권 조정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 총장, 이 청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 수석과 1시간30분 동안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왜 국민들이 똑같은 내용으로 경찰과 검찰에서 두 번 조사받아야 하는지가 나의 오래된 문제의식”이라며 “추가 조사는 어쩔 수 없지만 경찰에서 받았던 조사 내용과 똑같은 것을 검찰에서 되풀이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 재량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검찰은 보충적 조사에 집중하라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 논의가 마지막 단계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불만이 있을 텐데 구성원들을 잘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해외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예로 들며 “국정원이 정보 수집이나 부당한 수사를 하지 않고 해외 정보 수집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큰 역할을 했다”며 “조직이 바뀌면 당장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국정원 사례를 보면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에는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병행 추진, 검찰에는 대검찰청 산하 인권옹호부(가칭) 신설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청장에게 “자치경찰제는 법이 마련돼야 하는 만큼 국회의 선택을 존중하라”고, 문 총장에게는 “피의자, 피고인, 피해자 등 검찰 수사와 관련된 사람 모두의 인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권옹호부는 검찰 내 인권보호관 제도 등 산재해 있는 기능을 통일적으로 관리하는 부서”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강력한 수사권 조정 의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검찰의 반발이 예상된다. 문 총장은 오후 대검찰청에 돌아와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었다. 그는 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국민께서 문명국가의 시민으로 온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에도 수사권 조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문명 시민’이란 표현을 썼었다.

강준구 양민철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