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명분 생겼다… 본격 수사 채비

입력 2018-06-15 18:46 수정 2018-06-15 21:32

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수사 협조 뜻을 밝히자 검찰도 본격적인 수사 채비에 들어갔다. 김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으로 사법부에 칼을 댈 최소한의 명분과 안전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음 주 초 사건을 맡을 수사 부서를 다시 결정할 방침이다.

김 대법원장은 대국민 담화문에서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조사자료를 제공하고, 사법행정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법부 내부의 반발 등을 감안해 전임 대법원장과 연루자들을 명시적으로 검찰 앞에 세우진 않았지만,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선 수사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이 10여건 접수된 상태다. 모두 공공형사수사부에 배당돼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번 주말 산하 차장검사들과 논의해 18일쯤 사건을 재배당하기로 했다. 공공형사수사부가 현재 ‘삼성 노조 와해’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하지만, 고강도 수사에 대비한 선수 교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수사팀을 가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관해 서울중앙지검의 보고를 받고 협의해서 수사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대법원의 고발 또는 수사 의뢰, 명확한 수사 요청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을 밝혀왔다. 사법부의 직무상 행위를 상대로 한 수사라는 점에서 제3자의 고발보다는 대법원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수사가 궤도에 오르면 전·현직 고위 법관 소환조사뿐 아니라 법원행정처에 대한 강제수사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퇴근길에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미리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아마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지호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