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4기 건설도 백지화”

입력 2018-06-15 19:04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022년 11월 운전 승인이 만료되는 원자력발전소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설계 또는 부지 매입 단계에서 중단된 신규 원전 4기 건설도 백지화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공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포함됐고, 8차 전력수급계획안은 원전 공급용량에서 아예 월성 1호기를 제외했다.

한수원은 1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경북 경주에 있는 678㎿급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총 4기의 신규 원전 계획도 취소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운영계획을 어떻게 할지 검토한 결과 월성 1호기는 강화된 안전기준 등에 따라 계속 운전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 허가 신청을 할 방침이다. 월성 1호기 조기 가동중단 결정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미 지난해 6월 부산 기장의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됐지만 이미 예정돼 있었고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가동 중단하는 것은 월성 1호기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발표했다. 다만 폐쇄 시기는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결정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날 결정에 대해 혈세 낭비, 불안한 전력 공급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수원 노조 등 원전업계 관계자들은 “월성 1호기는 노후설비 교체 및 안전성 강화를 위해 5600억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며 “조기 폐쇄는 수천억원의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인 만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3년 첫 상업가동에 돌입한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수명이 만료됐다. 하지만 2015년 2월 원안위가 한수원의 운영 변경허가 신청을 받아들여 2022년 11월까지 가동 기간을 연장했다. 연장운전을 위해 한수원은 노후설비 교체와 안전성 강화 등에 560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 5월부터는 정비를 위해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더라도 전력 수급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은 “월성 1호기 용량이 전체 용량의 0.6%”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