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빚내서 남북 경협株 샀는데…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급락세 “어떡해”

입력 2018-06-15 19:05 수정 2018-06-15 21:23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주가 하락 흐름을 타면서 빚내서 투자했던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주 조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실적 위주의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8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상한가로 치솟은 이후 12거래일 중 9거래일을 하락했다. 7만91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5일 6만3800원에 마감하며 24%가 떨어졌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14일엔 부산산업(-16.38%) 현대로템(-12.57%) 고려시멘트(-13.17%) 등 남북 경협주들이 줄줄이 내리막을 걸었다. 15일 현대건설(0.31%) 남광토건(2.75%) 등 일부 종목이 반등했지만 상승폭은 작았다.

남북 경협주 급락세는 지난달 부터 연출되기 시작했다. 실제 남북 경제협력사업이 본격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내용이 나오지 않자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남북 경협주는 대북 경제제재가 완화된 이후에서야 추가 상승 모멘텀을 찾을 수 있는데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자 남북 경협주에 몰려 있는 개인투자자에게 경고등이 커졌다. SK증권에 따르면 3월 중순부터 지난 14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신용융자 증가액 9800억원 가운데 경협주 신용융자 증가액이 7000억원에 육박한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남북 경협주 매수 주체는 오직 개인투자자뿐”이라며 “남북 경협주 하락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최소 연 4% 이상인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을 버틸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북 경협주 주가를 개인투자자들의 빚이 떠받들고 있다는 점은 다른 리스크로도 이어진다. 대출 상환 압박을 받은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매도에 나서면 주가 급락은 불가피하다.

원·달러 환율은 15일 서울외화시장에서 14.6원이나 급등한 109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20일(1100.6원) 이후 최고치다.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유지한다고 발표한 것이 유로화 약세와 달러화 강세로 이어졌다. 이 여파로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는 0.8% 떨어진 2404.04에 장을 마쳤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