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쇼크가 소득주도성장에 치중해 온 ‘제이(J)노믹스(문재인정부 경제정책)’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고용지표 악화의 주요 원인인 인구구조 변화, 산업 구조조정은 정부정책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에 놓인 과제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자리 감소를 야기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고, 한편에 미뤄뒀던 혁신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산업에서 줄어든 일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성장동력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일자리 문제는 다양한 층위의 구조적 문제들이 겹겹이 쌓여 발생했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저출산 사태의 속도를 감안하면 예년과 같은 월 30만∼40만명대 취업자 수 증가폭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다 그간 한국 경제를 견인해 왔던 주력산업은 구조조정에 허덕이고 있다. 2016년부터 진행된 조선업 구조조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한국GM 구조조정은 올해 막 시작됐다. 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부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모두 단숨에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는 사안들이다.
산업별로 들여다봐도 희망 섞인 청사진을 그리기 어렵다. 그동안 반도체를 비롯해 호황기를 맞은 일부 제조업이 조선·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여파를 상쇄해 왔지만 반도체 산업은 최근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충격이 고스란히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월평균 11만9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냈던 건설업 고용시장도 올해 1월부터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향후 고용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투자지표도 나쁘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건설기성(건설업체가 실제 시공한 건설 실적 금액) 역시 2월과 3월에 각각 1.5%, 5.4% 감소했다. 건설수주는 지난 4월 무려 42.0%나 줄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혁신성장을 통해 기존 주력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년간 혁신성장 정책을 펼쳐 얻어낸 성과는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혁신성장의 첫 단추라 할 만한 규제개혁부터 이해관계자 반발, 정부부처 간 이견 등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만나 전달한 정책건의서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규제개혁 프로세스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건의서는 “공무원의 규제의존증과 칸막이식 정부부처의 중복규제 등으로 국내 기업이 경쟁국 기업보다 신산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이 된 지 4년이 좀 넘었다. 과제 제출만 23번, 각종 발표회나 포럼 등을 통해 직접 발표하고 건의한 게 15번이다. 합쳐서 40번 가깝게 과제를 전달했다”며 “이제는 과제 발굴보다 해결 방안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 김 부총리는 고용관련 긴급경제현안간담회에서 “시장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혁신성장과 규제혁신을 추진하고 필요한 재정지원과 세제지원, 노동시장 구조개선 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말부터 여러 차례 혁신성장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경제팀을 질책했었다. 정부는 이해관계자 반발이 큰 과제는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개선안을 마련하고, 나머지 과제는 규제협의체를 구성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규제혁신을 추진할 방침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속도 조절 필요성도 거론된다. 문재인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시간단축 등 고용의 질을 강조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요셉 연구위원은 “일자리의 질적인 측면을 높이겠다는 정책 목표는 바람직하지만 인건비 상승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기업은 되레 일자리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일자리의 양적 측면도 고려해 가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J노믹스에 울린 고용경고음, 탈출구가 안 보인다
입력 2018-06-16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