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의 고액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심부름을 한 20대 취업준비생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유사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 4월 중순 취업준비생 A씨(28·여)는 구직 전문 온라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일당 20만원의 고액 아르바이트였다. 해당 업체는 “코인거래자를 만나 서류에 서명을 받고 현금을 받아오면 된다”며 “대기시간이 길어 일당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카카오톡 메신저로 업체에 연락하자 사무실로 찾아오라거나 면접을 보겠다는 말도 없이 일을 맡기겠다고 했다. 시키는 대로 사람을 만나 서명을 받고 돈을 받아 송금을 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업체는 메신저로 특정한 장소를 알려준 후 비트코인을 거래하려는 사람을 만나 1000만원을 받고 서류에 서명을 받아오라고 했다. A씨는 지시대로 약속된 장소에 찾아가 받은 돈에서 일당 20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업체가 알려준 계좌로 무통장 입금을 했다.
A씨가 5번째 수금을 하러간 지난달 2일 경찰은 서울 대방역 인근에서 A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알고 보니 비트코인 거래소는 보이스피싱 조직이었고 코인거래자라고 했던 이들은 보이스피싱 수법에 당한 피해자였다. 일반인이 가상화폐 거래를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아르바이트생을 가장 위험이 큰 수금책으로 활용한 것이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달 9일 A씨에 대해 사기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내가 범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며 “평범하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 거래소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총책에게 속아 수금책 노릇을 하는 20대 청년들이 꽤 있다”며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단독] 비트코인 고액 알바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입력 2018-06-15 19:36 수정 2018-06-16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