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72번째 생일날, 재단자금 유용 혐의로 세 자녀와 함께 기소

입력 2018-06-15 18: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2번째 생일인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자선재단 ‘도널드 J 트럼프 재단’의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뉴욕주 검찰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재단 관리인인 그의 세 자녀 이방카, 트럼프 주니어, 에릭에 대해 재단 자금을 선거 유세와 사업 홍보 등에 쓴 혐의로 기소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바버라 언더우드 뉴욕주 검찰총장은 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채무자에게 빚을 갚고 대선 관련 행사에서 수백만 달러를 쓰는 데 재단을 반복적으로 악용했다”며 “재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표책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자선재단 등 비영리 단체에 들어가는 돈은 기부자의 소득세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정치 목적이나 개인 업무에 사용되는 것이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하지만 검찰 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초상화 구입, 개인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와 팜비치의 분쟁 해결, 호텔 홍보 등 개인용도로 재단 자금을 수차례 사용했다. 재단 이사회는 지난 19년 동안 한 번도 모인 적이 없고 재단 회계책임자는 자신이 이사진에 포함됐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은 뉴욕주 대법원에 트럼프 재단을 해산하고 남은 자산 약 100만 달러를 다른 자선단체들에 나눠주도록 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게 280만 달러의 벌금과 배상금을 부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세 자녀들이 10년 동안 뉴욕주 소재 비영리 단체의 이사진으로 일하지 못하도록 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국세청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도 이관했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 등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지만 예상을 넘는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추잡한 민주당원들이 1880만 달러를 벌어 그보다 많은 1920만 달러를 기부한 재단을 놓고 나를 고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하고 있다”며 “나는 이 건에 대해 합의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기소와 자신을 겨냥한 러시아 스캔들 수사 등을 ‘마녀사냥’이라고도 싸잡아 비판했다. 트럼프 재단도 성명을 내고 “기부로 받은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자선 목적으로 썼다”면서 “이번 기소는 최악의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재단은 이미 대선 기간부터 기부금 유용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인 2016년 12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차원에서 재단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뉴욕 검찰은 유용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끝날 때까지 재단을 법적으로 해산할 수 없도록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