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靑 상납, 뇌물 아니다” 돈 받은 박근혜도 무죄 가능성

입력 2018-06-15 19:35 수정 2018-06-15 21:46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왼쪽부터)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들이 청와대에 상납한 특수활동비는 “뇌물이 아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국정원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12년의 중형이 구형된 박 전 대통령의 선고 결과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15일 선고공판에서 남재준(74·수감 중)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병기(71) 이병호(78) 전 국정원장은 각각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들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 각각 6억원과 8억원, 21억원의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뇌물공여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과 국정원장은 긴밀하게 협조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금품을 지급함으로써 각종 편의를 기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뇌물죄의 성립 요건인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같은 재판부 심리로 다음 달 20일 열리는 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에서도 뇌물수수 혐의가 무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나랏돈을 횡령해 전달하면 뇌물이 아니라는 비합리적 논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직속상관으로 인사와 예산에 관한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부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활비 1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원종(76)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돈을 받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신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