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감축을 주장하며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해온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초고가 제품으로 대통령궁 식기류를 교체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궁이 최근 300개의 빵접시를 포함해 만찬용 접시 1200개를 세브르 국립자기공장에 주문하는 데 60만 유로(약 7억6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들였다는 현지 언론 보도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커진 것은 현지 풍자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가 도자기 가격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브르 자기는 프랑스 문화부 소속 도자기 장인들이 제조 비법을 계승하며 수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통령궁에서 고가의 식기류를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최근 정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관료들에게 “프랑스 정부가 복지예산에 현금을 트럭째 쏟아붓는다”고 지적하는 장면이 나온 탓이다.
프랑스 정부는 접시를 구매하는 데 든 비용이 5만 유로(약 6300만원)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론은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궁색한 변명을 비판했다. 프랑스 코미디언 레미 길야드는 트위터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개당 420유로(약 53만2000원)짜리 접시로 식사를 하느냐”면서 “나는 지금 가장 비싼 접시가 4.5유로(약 5700원)인 슈퍼마켓을 나서고 있다”고 비꼬았다.
NYT는 “이번 일로 화려한 외양을 좋아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취향이 만천하에 알려졌다”면서 “예쁜 그릇에 밥 먹게 해라”라는 제목의 기사로 마크롱 대통령의 ‘어불성설’을 꼬집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마크롱, 국민에게는 “허리띠 졸라매라” 해놓고 자신은 대통령궁 호화 식기 교체
입력 2018-06-16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