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은 15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재판을 사법행정권자의 정책 실현을 위한 거래의 수단으로 써보려고 시도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낸 입장에서 ‘재판 거래’라는 용어가 직접 등장한 건 처음이다. 지난달 31일 대국민 담화나 지난 1일 전국 법관들에게 보낸 내부 메일 등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찰과 통제’ 정도만 언급이 됐었다.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이 내놨던 해명을 직접 반박하는 성격도 담긴 것으로 읽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경기도 성남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을 무슨 흥정거리로 삼아서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를 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두 가지 점은 명백히 선을 긋고 넘어가야 할 마지노선”이라며 재판 거래나 특정 법관 불이익 조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 해소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재판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외관을 꾸며내는 행위만으로도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재판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자의 뜻과 다른 소신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 법관들이 다른 법관들에 의해 뒷조사의 대상이 된 것은 법관독립이라는 중대한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법관 사찰을 전제로 한 내용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저는 재판 독립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삼으면서 40여년 법관 생활을 했다”고 했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특조단이) 여러 대의 컴퓨터를 흡사 남의 일기장 보듯이 완전히 뒤졌다. 그 이상 뭐가 더 밝혀지겠나”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특조단 조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을 언급하면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밑에서 일했던 행정처 간부 등 13명을 한꺼번에 징계절차에 회부하며 ‘양승태 사람’ 퇴출 의지도 명확히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양승태 “꿈도 꿀 수 없는 일”, 김명수 “흔적이 발견됐다”
입력 2018-06-15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