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부 갈등을 겪는 송영중 상임 부회장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회장단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기업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회장단이 친정부 성향의 송 부회장을 취임 두 달여 만에 쫓아내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경총 사무국은 자진사퇴를 요구하지만 송 부회장은 응하지 않고 있어 내홍이 계속될 전망이다.
경총 회장단은 15일 서울 중구 서울클럽에서 손경식 회장과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등 11명이 모인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송 부회장은 약 20분간 최근 제기된 논란에 관해 소명했다. 회장단은 회의 뒤 보도자료를 내고 “충분한 소명을 들었다. 경총 회장단은 이번 사태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회장단은 그러나 송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딱 부러지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태 수습을 위해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속한 조치’의 대상이 송 부회장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경총 사무국이 지난 12일 낸 입장문과 달리 공격적 표현도 없었다. 사무국은 앞서 “부회장으로서 도를 넘는 발언과 행동이 있었고 경총의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밝힌 바 있다.
경총 사무국 관계자는 “회장단은 송 부회장과 함께 가지 못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바로 (경질)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자진사퇴 기회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진사퇴 권고를 받지 않았고 자진사퇴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경총 회장단이 송 부회장을 바로 경질하는 데 정치적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불리는 송 부회장을 내쫓듯 해임해 정권 핵심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상황에서 기업이 정부에 반기를 든다는 인상을 주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상임 부회장 해임에 관한 규정이 없어 내부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무국은 송 부회장이 버틸 경우 임시총회를 열어 해임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송 부회장은 노동부 관료 출신으로 지난 4월 선임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현안에 관해 사무국과 의견 대립이 표출돼 논란의 중심이 됐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경총 회장단, 송영중 거취 결론 못 내려… 해임 땐 ‘정권에 반기’ 부담감 작용한 듯
입력 2018-06-15 19:05 수정 2018-06-15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