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에 실체 규명 공 떠넘긴 대법원장

입력 2018-06-16 04:04
김명수 대법원장의 선택은 ‘검찰 수사 협조’였다. 김 대법원장은 15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모든 조사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부담스러운 대법원장 명의의 수사의뢰나 형사고발 대신 검찰에 실체 규명 작업의 공을 떠넘겼다.

김 대법원장의 판단이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이미 시민단체의 관련 고발이 접수돼 있어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 사법 농단이라고 불릴 만큼 극도로 나쁜 여론도 참고했음직하다. 내부 조사에서 진상 규명이 미흡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적당히 봉합하려 했다간 특검 수사나 국회 국정조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해법으로 풀이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여부의 최종 판단 기관은 법원이다. 법원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직권남용 등의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법원 내에 우세한 상황에서 다소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사법 불신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책임 회피의 수단이 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어찌됐든 실체 규명은 검찰의 몫으로 넘어간 만큼 사법부는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는 법위 내에서 성실히 협조하면 된다. 최대 당면 과제는 무너진 사법부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다. 사법부 내 갈등을 촉발한 김 대법원장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실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갈라진 사법부를 봉합할 방안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