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2%대로… 한·미 격차 11년 만에 최대

입력 2018-06-15 05:05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금리차라는 요소 하나로 당장 자본유출이 일어나지 않지만 우선 환율 방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경기가 확 나아지지 않고 물가 상승도 여전히 저조해 한국은행이 곧바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있다.

14일 미 연준의 기준금리가 연 1.75∼2.00%로 올라감에 따라 한국(연 1.50%)과의 금리 격차는 50bp(1bp=0.01% 포인트)까지 늘었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우리보다 50bp 높은 건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미국 연 5.25%, 한국 연 4.75%) 이후 11년 만이다. 미국이 연 2%대 금리로 복귀한 것도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 이후 10년 만이다.

금리 역전이 곧바로 자본유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자본유출과 관련해서 조금 경계심을 갖고 봐야 할 부분은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 금융 불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신흥국 전반에 대한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에서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등과 함께 한국 몫도 줄어들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한국 대외지표는 ‘74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4000억 달러 외환보유고’ ‘30% 미만의 단기외채 비중’으로 나타나듯 나쁘지 않다. 최근 한반도 리스크 완화로 원화 수급 상황도 개선돼 외국인 채권자금을 중심으로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자본유입 흐름을 이어왔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고형권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시중은행 부행장 등을 소집해 미국 금리 인상에 편승한 금융기관의 과도한 대출 금리 인상에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외화유동성도 점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판단도 자본유출 우려는 과하다는 쪽이다. 프랑스 투자은행(IB) 소시에테 제네랄의 오석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의 경우 금리차로 한국에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원·달러 환율 방어가 우선이며 혹시나 걱정한다면 금리역전에 의해 나타날 국내 자본의 해외투자 확대가 먼저”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한은의 스탠스다. 지금은 괜찮더라도 한·미 금리격차가 100bp 이상 확대되면 대규모 자본이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려 해도 저물가 현상이 여전하고 국내 경기가 애매해 자칫 금리 인상이 실물경기를 꺾을 수 있다.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