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튿날인 14일 서울 용산역에서 만난 장대범(41)씨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장씨는 정의당 공천으로 전남 광양시 가선거구(봉강면 옥룡면 광양읍)에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후보자격 박탈은 물론 최고 수준의 징계인 당원 제명까지 당했다. ‘동성애 치유 및 치료센터 설립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게 이유다. 공직선거법 제52조 1항에 따르면 당원 제명이 되면 당적이 이탈돼 투표를 하더라도 모두 무효처리 된다.
장씨는 “정의당이 겉으론 ‘인권보호’ ‘정의’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동성애를 확산시키려는 잘못된 정책을 추구하고 있었다”면서 “불의를 정의로 여기고 인권으로 포장하려는 정치권의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가 동성애 치료센터를 공약으로 내세운 건 탈동성애를 원하는 동성애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동성애자 중에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 일반인으로 살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특히 남성 동성애자는 에이즈 매독 간염 이질 등 질병 감염, 이뤄질 수 없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무너진 가족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고통이 매우 큽니다. 그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게 이웃의 당연한 의무 아니겠습니까.”
사건은 사전투표가 끝난 지난 9일 저녁 벌어졌다. 정의당은 SNS에 올라온 장씨의 선거 유인물을 문제 삼아 후보 직무정지 명령을 내렸다. 11일엔 당원 제명을 확정하고 12일 광양시선거관리위원회에 이 같은 결정을 통보했다.
정의당은 징계 근거로 ‘우리는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가해지는 어떠한 폭력이나 괴롭힘, 차별과 배제, 낙인과 편견 등을 없앨 것이다’라는 강령을 내세웠다. 정의당 중앙당기위원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치료 자체가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변화를 전제하기 때문에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존재를 부정하는 차별”이라며 제명 사유를 밝혔다. 장씨는 ‘입당 제의를 받을 때부터 동성애와 관련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며 이의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정의당 쪽에선 공약을 철회하라는 중재안도 있었다. 장씨는 “동성애자를 돌보고 치유하는 일은 신앙 양심에 따른 정당한 활동”이라며 “사도행전 5장 29절에 보면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게 마땅하다’고 나와 있듯 당을 기쁘게 하기보다는 하나님을 더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성애 치유는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차별 배제 낙인 편견을 갖게 하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부모의 심정으로 도와주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남 광양 예찬교회 집사인 그는 순천대 사회체육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광양덕진아파트 이장을 맡고 있다. 장씨는 “체육지도사 자격증이 있으니 당분간 마을 일을 보며 주민들을 섬기고 동성애를 옹호하는 정의당의 실체를 알릴 예정”이라고 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겉으로 인권보호·정의 내세우며 불의를 포장하는 정치 관행 없애야”
입력 2018-06-15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