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 오는 8월 선출되는 차기 당 대표는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중진 의원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현재 10여명의 의원들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차기 당권은 정치적인 상징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압승을 토대로 오는 2020년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도 압도적으로 승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차기 당 대표가 21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 경우, 2022년 치러지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도 주요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해 당내 입지도 크게 다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높은 지지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현재로서는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아직 구체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10여명 정도의 의원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해찬(7선), 이종걸(5선), 김진표 설훈 송영길(4선), 우원식 윤호중 이인영 최재성(3선), 박범계 전해철(재선) 등이다. 여기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출마 가능성도 언급된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출마에 부정적이고, 현재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어 출마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는 않다는 관측도 많다. 전당대회가 임박할수록 그룹별로 어느 정도 후보군이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 친문(친문재인)계 의원은 “현재는 후보군에 여러 사람이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그룹별로 어느 정도 출마자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비 주자들은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 전국을 누비며 당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렸다. 김진표 의원은 모두 8개의 선거대책위원회에 이름을 올려 전국을 누볐다. 전해철 의원과 우원식 의원 역시 중앙당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여러 지역의 선대위에 참여했다. 이인영 의원과 이종걸 의원도 여러 지역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당 안팎에서는 차기 당 대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은 만큼 여당이 적극적으로 정부를 뒷받침하고 때때로 정부를 견제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패하고 전열을 가다듬을 보수야당의 견제도 버텨내야 한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는 대통령에 가려 여당의 존재 의미가 별로 없다. 건설적 비판과 대안 제시로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여당이 필요하다”며 “야당의 지속적인 공세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하면 여당도 속수무책으로 지지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기 지도부는 오는 8월 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다. 일정 등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8월 25일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조만간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를 꾸려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전준위가 꾸려지면 당헌·당규 분과위원회가 지도체제 개편과 지도부 선출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세부 룰을 둘러쌓고 주요 후보 간 치열한 기 싸움도 예상된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10여명이 거론된다… 민주 당권 레이스 점화
입력 2018-06-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