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총수 일가, SI·물류·부동산 관리·광고 지분 팔아라”

입력 2018-06-15 05:0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취임 1주년 간담회를 갖고 공정위 정책 추진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예고했다. 재벌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지속할 경우 엄정한 조사와 제재에 들어갈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지배 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만큼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 달라”고 밝혔다.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총수 일가의 부당 이득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은 ‘알아서’ 매각하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특히 그룹 핵심 업무와 관련 없는 SI(시스템 통합),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의 계열사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이들 계열사에 총수 일가가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사촌, 육촌, 팔촌 일가의 경우 지분 매각이 어렵다면 가능한 빨리 계열 분리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지목한 업종은 4대 그룹 모두 관련 계열사를 갖고 있다. 지난 1년간 지배구조개선에 충분한 시간을 준만큼 검찰 고발로 이어질 수 있는 4대 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최근 일감 몰아주기 실태조사를 마치고 조사대상을 선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룹별로 위법 혐의의 경중을 좀 더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거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 집단 대주주 일가들이 비주력·비상장 계열사를 보유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되면 언젠간 공정위의 조사와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1년간 재벌 개혁에 대해 “일관된 원칙을 갖고 기업 집단의 지배 구조와 경영 관행에 대한 자발적 변화를 유도했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 비가역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자평했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과 관련,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은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과제”라며 “7월 말까지 주요 사안에 대한 법 조항까지 포함해 초안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