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연 1.75∼2%로 올려 돈줄 죄기 예상보다 앞당겨
파월 “美 경제 건전” 자신감… ECB 돈풀기 10∼12월 절반으로
글로벌 돈줄 죄기 움직임이 급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하반기 두 차례 추가로 올리겠다고 예고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자산 매입을 통해 돈을 풀던 양적완화 정책을 연내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선진국 긴축 움직임은 신흥국의 자본 유출로 직결돼 2013년과 같은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한국시간으로 14일 새벽 끝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리 인상 시간표를 예상보다 앞당겼다.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0.25% 포인트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갖가지 매파(통화긴축 선호) 본능을 표출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먼저 연준의 점도표에 주목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향후 3년간 예상하는 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어 표시한다. 이게 지난 3월 FOMC 회의 때까지는 올해 안에 3회 인상 전망이었으나 이날 4회로 강화됐다. 3월과 6월 금리 인상이 단행됐으므로 9월과 12월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내년에도 세 차례 인상 전망이 다수다.
연준이 이날 수정 발표한 미국의 경제지표는 굳건하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8%로 0.1% 포인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치 역시 2.1%로 0.2% 포인트 올라갔다. 실업률 전망치는 3.6%로 다시 하향 조정됐다. 성장률이 좋아지며 물가도 적절한데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운 이상적 경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모습에선 자신감이 엿보였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건전한 상태”라며 “2분기 성장률이 반등하고 하반기 이후 전망도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짧고 분명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어 석 달에 한 번씩이던 의장 기자회견을 내년 1월부터는 FOMC가 열릴 때마다 하겠다고 밝혔다.
ECB도 이날 월 300억 유로 규모로 돈을 풀던 정책을 9월까지만 실시하고 10∼12월에는 절반인 150억 유로로 줄인 뒤 내년부터는 양적완화 정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CB는 대신 기준금리를 내년까지 동결할 것이라고 했지만 선진국발 긴축 흐름에 가세했다는 평가다.
당장 신흥국 금융 불안 가능성이 나온다. 해외 투자은행(IB) 골드만 삭스는 “연준이 성명서 및 전망치 외에도 신흥국 불안 등 글로벌 리스크에 대해 언급이 없었던 점도 매파적(hawkish) 평가의 근거”라고 분석했다. 신흥국의 긴축 발작을 우려해 미국이나 유로존이 속도 조절을 하리란 예상은 빗나갔다.
실제 미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달러 강세 흐름으로 최근 두 달간 아르헨티나 페소화(-20.32%) 멕시코 페소화(-9.56%) 터키 리라화(-8.96%) 브라질 헤알화(-7.74%)의 가치 하락이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5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고, 나머지 국가들도 중앙은행이 전면에 나서 기준금리 인상과 환율 방어로 대응했다. 이날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직후 고정환율제를 적용하는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즉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美금리 9·12월 추가 인상 예고… ECB 양적완화 연내 종료
입력 2018-06-1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