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하산 인사가 자초한 경총 부회장 사태

입력 2018-06-14 05:05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사퇴를 둘러싼 논란은 어처구니없다. 직원들과의 불화설 등으로 일주일 넘게 출근하지 않은 송 부회장에 대해 손경식 경총 회장이 직무정지를 내렸지만 송 부회장은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경총은 이르면 15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송 부회장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 회장에 맞서 누구 ‘백’을 믿고 버티겠다는 것인지 오만하기 짝이 없다.

이번 논란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사용자 이익을 대변하는 민간단체인 경총에 친노동 성향의 고용노동부 관료 출신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것부터 잘못이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송 부회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논의 중이던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최저임금위원회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과 같은 주장이다. 노동계 편을 들고 있으니 사용자 회원사들의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5월 김영배 당시 상임부회장이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정면 비판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올 들어 김 부회장이 연임될 기미가 보이자 정부가 개입해 저지하고 친노동 성향의 송 부회장을 앉혔다. 쓴소리가 듣기 싫어 경제단체의 입을 막고 조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낙하산 인사까지 한 결과가 어떤지 정부는 똑똑히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