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은 가능한 빠른 시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 당국자가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양과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12일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특히 후속 협상이 잘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미가 성사될 수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상대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평양-뉴욕-워싱턴을 오가며 긴밀하게 협의했다. 형식적으로는 이용호 외무상이 북·미 외무장관 회담의 최고 책임자다. 그는 1, 2차 북핵 위기 당시 외교 최일선에서 국제정세 파악을 담당한 핵 문제 전문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폼페이오 장관이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실행에 옮기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미 국무부의 북핵 문제 실무협상은 6자회담 수석대표인 차관보가 맡았으나 현재는 공석이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마주 앉아 좀 더 실무적인 차원의 협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회담 직전까지 담판을 벌였다. 안드레아 톰슨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최 부상의 상대가 될 수도 있다.
구도는 복잡하다. 우선 다뤄야 할 의제가 광범위하다. 북한 핵폐기가 가장 중요한 주제이지만 북한 미사일과 주한미군 문제 등 포괄적인 군축과 종전선언 혹은 평화협정 체결, 미군 유해 송환과 인권, 경제적 지원 같은 의제가 후속 회담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할 대상도 더 넓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와도 협력할 것이고 일본, 중국 정부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조치에 발맞춰 대북 경제 제재 완화와 한·중·일의 지원 재개도 단계별로 진행돼야 한다. 유엔에서 관련 회의가 개최되거나 한·중·일과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다자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단됐던 일본과 북한의 국교정상화 협상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 서명식을 끝내고 퇴장하면서 돌발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워싱턴의 백악관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아마도 (정상) 회담이 또 있을 수 있다”며 “관계가 발전돼 3∼4개월 후 오늘 같은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대단한 성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평양에 미국 대사관을 설치할 용의가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빠른 시일 내 (대사관 설치를) 할 수 있게 되기 바란다”면서도 “아직 그 얘기를 하기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속도도 중요하다. 북한이 과거처럼 실행 단계에서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끈다면 협상이 언제 다시 좌초할지 모른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트럼프는 평양 金은 워싱턴… 또 한차례 빅이벤트 가능성
입력 2018-06-12 22:39 수정 2018-06-13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