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있는 똑똑한 협상가” 서로 칭찬하고 띄워주고 … “이 자리 마련 대통령께 감사”

입력 2018-06-12 21:49
정상외교에서 상대에 대한 신뢰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정상 간 불신은 두 나라의 관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드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상대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며 신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김 위원장을 높이 평가하면서 “나는 그를 믿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도전과제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하면 해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신뢰를 드러냈다.

그동안 북·미 협상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상호 불신이었던 걸 감안하면 두 정상의 호감과 신뢰 표현은 놀라운 반전이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해부터 위험한 수위의 인신공격을 주고받는 ‘말의 전쟁’을 치렀던 걸 감안하면 큰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회담을 마친 뒤 김 위원장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매우 똑똑한 협상가였다”며 “그를 매우 좋아하게 됐다”고 호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 서명식을 마치고 김 위원장과 헤어지고 난 뒤에도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은 매우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앞으로 그를 여러 차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기자회견장에서 반발성 질문도 나왔다. ‘북한 주민을 살해하고 굶주리게 하고 오토 웜비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을 어떻게 재능이 많다고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다시 한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매우 재능 있는 사람이다. 26세 나이에 국가 지도자가 됐다. 아무나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방송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에 대한 호평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를 만났고, 대화했다”며 “내 경험을 통해 말할 수 있다. 그는 북한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생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과 거래를 했다. 때로는 가장 신뢰받지 못하던 사람이 가장 존경할 만한 사람으로 밝혀지기도 했다”며 “나는 김 위원장이 북·미 갈등을 끝내기를 원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진지한지는 만나서 1분만 대화하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은 38분에 이르는 단독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회담이 매우 매우 좋았다”며 “김 위원장과 훌륭한 관계를 맺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회담이 진행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공동성명에 서명하기 직전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지난 과거를 딛고 새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서명을 하게 됐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오늘과 같은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사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단독회담을 시작하기 전에는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다”며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눈과 귀를 가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상회담을 망설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하지만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늦었지만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싱가포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