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주도 이찬희 서울변회장 “사법개혁, 젊은 법관들이 더 절박”

입력 2018-06-13 05:05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놓고 시국선언에 나선 경위와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이찬희(53)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12일 “사법부를 개혁해 바르게 끌고 가야 한다는 절박함은 젊은 법관들이 더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 거래’ 의혹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11일 전국 변호사 2000여명은 이번 사태를 ‘전대미문의 위기’로 규정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현 상황을 보면 이미 법원 내부적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며 “이 시점에 변호사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국선언은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시국선언문을 주도했던 변호사들이 다시 앞장섰다. 이 회장을 비롯해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를 지낸 변호사들이 중심이 됐다.

시국선언 준비는 급박하게 진행됐다. 회원들에게 시국선언 제안을 받은 이 회장은 지난 7일 전국의 지방변호사회 회장들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전국 14명의 지방변회 회장 14명 중 9명이 호응했다. 서울변회는 곧 전국 변호사들에게 선언문 참여 여부를 묻는 메일을 발송했다. 하루 만에 2000명 넘는 변호사들이 동참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지방변회 회장들은 고참 변호사여서 보수적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달랐다”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변호사가 참여했다는 건 그만큼 이번 일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법부가 젊은 법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장 판사들에게 법원은 앞으로 최소 10년은 함께 해야 할 직장”이라며 “국민으로부터 계속해서 신뢰를 받으면서 직업인으로서 판사의 역할도 해야 하고, 또 법관으로서 양심과 명예도 지켜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법관들은 지금 사법부를 망치기 위해서 옛 법원행정처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념에 따라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전날 회의에서 고발 등 형사적 조치를 명확히 요구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전국의 대표 법관들이 모인 곳에서 나오는 한마디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모임의 무게를 고려했을 때 검찰 수사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법부의 자정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 자체 힘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식의 입장을 내놓는다면 자칫 사법부 붕괴를 초래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