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53)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12일 “사법부를 개혁해 바르게 끌고 가야 한다는 절박함은 젊은 법관들이 더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 거래’ 의혹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11일 전국 변호사 2000여명은 이번 사태를 ‘전대미문의 위기’로 규정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현 상황을 보면 이미 법원 내부적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며 “이 시점에 변호사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국선언은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시국선언문을 주도했던 변호사들이 다시 앞장섰다. 이 회장을 비롯해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를 지낸 변호사들이 중심이 됐다.
시국선언 준비는 급박하게 진행됐다. 회원들에게 시국선언 제안을 받은 이 회장은 지난 7일 전국의 지방변호사회 회장들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전국 14명의 지방변회 회장 14명 중 9명이 호응했다. 서울변회는 곧 전국 변호사들에게 선언문 참여 여부를 묻는 메일을 발송했다. 하루 만에 2000명 넘는 변호사들이 동참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지방변회 회장들은 고참 변호사여서 보수적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달랐다”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변호사가 참여했다는 건 그만큼 이번 일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법부가 젊은 법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장 판사들에게 법원은 앞으로 최소 10년은 함께 해야 할 직장”이라며 “국민으로부터 계속해서 신뢰를 받으면서 직업인으로서 판사의 역할도 해야 하고, 또 법관으로서 양심과 명예도 지켜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법관들은 지금 사법부를 망치기 위해서 옛 법원행정처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념에 따라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전날 회의에서 고발 등 형사적 조치를 명확히 요구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전국의 대표 법관들이 모인 곳에서 나오는 한마디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모임의 무게를 고려했을 때 검찰 수사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법부의 자정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 자체 힘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식의 입장을 내놓는다면 자칫 사법부 붕괴를 초래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시국선언’ 주도 이찬희 서울변회장 “사법개혁, 젊은 법관들이 더 절박”
입력 2018-06-13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