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와 김정은의 비핵화 합의를 기대한다

입력 2018-06-12 05:01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북·미 정상회담의 날이 밝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 갈등 구조에 종지부를 찍고 항구적 평화체제의 문을 여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 전체 안보 지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계사적으로 냉전의 마지막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만남이기에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전 세계의 시선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로 쏠려 있다.

회담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매우 흥미롭게 잘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이견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전날까지 실무회담이 이뤄진 점이 이를 방증한다. 회담 성패는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문구를 포함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내의 회의적 시각을 무릅쓰고 정상회담을 수용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날 CVID를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핵화 시한과 북한 핵무기 조기 반출 등도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비핵화 로드맵의 핵심 사안들이 회담 당일 두 정상 간 담판 몫으로 남겨져 있는 셈이다.

이번 회담의 목적은 북한 비핵화다. 상견례 차원의 회담으로 끝나선 안 된다. 모든 핵을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의지가 합의문에 명시돼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통한 전면 사찰과 비핵화 시한도 명문화돼야 마땅하다. 합의 내용은 딴 말이 나오지 않도록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과거 잘못된 협상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는 길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두 정상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회담 참석을 위해 중국 전용기를 빌려 써야만 하는 암울한 북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김 위원장의 선택은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트럼프의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될 것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낡은 사고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제 보장 로드맵을 명쾌하게 제시해야 김 위원장의 결단을 이끌어낼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개시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보상 조치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두 정상이 상대방 입장을 헤아려 조금씩 양보하면서 접점을 찾아낸다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두 정상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통해 한반도 평화 여정에 일대 전환점을 만들어내길 기대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