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장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등을 역임한 최영도(사진) 변호사가 9일 8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2일 오전이다.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렸던 고인은 고등고시 13회에 합격해 법관으로 임용됐다. 1971년 제1차 사법 파동을 주도했다가 유신정권 때인 73년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인권 및 시국 변호사로 활동하며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을 맡아 인권과 시민사회 영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민변 창립 구성원인 그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민변 회장으로 활동하며 양심수 석방과 대학생 수배자 해제 등 인권 활동을 벌였다. 2001년 국가인권위 출범을 주도했으며 2004년 2대 국가인권위원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1월에는 45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며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공헌한 바를 인정받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수여하는 명덕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지난 4월 변호사회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등에 대한 사회권적 기본권은 아직 멀었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조했다.
미술품 감상과 세계문화유산 답사 등이 취미였던 고인은 2000년 삼국시대 전기부터 조선시대까지의 토기 15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2003년엔 세계문화유산 기행문도 발간했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의 법률고문으로도 활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선배님은 엄혹했던 독재정권 시대 1세대 인권변호사로서 후배들에게 변호사가 걸어갈 길을 보여주는 표상이었다”며 “좋은 법률가를 뛰어넘는 훌륭한 인격을 저도 본받고 싶었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다”고 애도했다. 이어 “참여정부에서는 국가인권위원장을 역임하셨는데, 그것이 그분께 큰 고통을 안겨드렸던 것이 제게는 큰 송구함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민변 관계자는 이날 “고인은 4년 동안 민변 회장으로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며 귀감이 된 원로 법조인이었다”고 추모했다.
허경구 이가현 기자 nine@kmib.co.kr
최영도 ‘1세대 인권변호사’ 80세 일기로 별세
입력 2018-06-10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