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디지털화폐 보급”… 조폐공사, 블록체인 기반 구축

입력 2018-06-11 05:05

현금을 찍어내는 일이 주 업무인 한국조폐공사에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들어선다. 이 플랫폼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지역화폐 일부를 디지털 화폐로 대체하는 데 쓰일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실생활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LG CNS는 조폐공사에 블록체인 플랫폼 ‘모나체인’을 오는 12월까지 구축한다고 10일 밝혔다. 국내 공공기관에 블랙체인 플랫폼이 구축되는 것은 처음이다.

조폐공사의 플랫폼을 활용하면 지자체나 학교 등 공공기관이 자체 ‘○○화폐’를 발행하기 쉬워진다. 디지털 화폐는 신용카드 포인트나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와 비슷하다. 공공기관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개별 이용자에게 나눠주면 이용자는 공공기관 내 시설에서 포인트처럼 사용하면 된다.

조폐공사 플랫폼의 당장 목표는 서울 노원구가 선보인 ‘노원(NW)’ 같은 블록체인 가상화폐를 여러 지자체에서 쉽게 찍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노원구는 지난 2월 NW를 만들어 자원봉사나 기부를 한 노원구민에게 NW를 지급하고, 노원구민이 음식점이나 미용실 등 NW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여러 지자체에서 청년·양육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발행해 온 오프라인 지역화폐를 디지털 화폐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폐공사는 주력 사업인 실물화폐를 쓰는 사람이 줄어들자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화폐를 대안으로 주목해 왔다. 갖고 다니기 불편한 현금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화폐제조 물량은 10년 동안 3분의 1로, 현금 이용률은 2014년 34%, 2016년 26%, 2017년 23%로 줄었다. 블록체인 디지털 화폐는 현금보다 이용하기 편하고 다른 디지털 화폐보다 보안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LG CNS가 조폐공사에 구축할 플랫폼은 개인식별번호나 지문 등으로 본인 확인을 하는 모바일 인증과 각종 공문서의 위변조를 막는 문서 인증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보안성이 높다. 외부 블록체인 플랫폼 데이터를 저장하는 ‘앵커링’ 기능도 들어가 다른 플랫폼과 호환이 잘된다. LG CNS 관계자는 “데이터의 진위를 보증하는 공공 허브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폐공사가 지원할 지역화폐가 전국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법정 디지털 통화’로 진화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가까운 장래에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기존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고 특정 세력의 자금세탁 위험이 있다고 본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