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폭행’ 족발집 사장 구속… 상가임대차법 개정 목소리

입력 2018-06-10 19:15 수정 2018-06-10 22:00

월 297만원→ 1200만원 인상 후 임차인 3개월간 1인 시위 벌여
5년만 보호하는 현행법으론 한계


서울 종로구 서촌 ‘본가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가 임대료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던 건물주를 폭행한 사건을 계기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차 후 5년까지만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현행법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흥권 법무법인 을지 대표변호사는 10일 “자영업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 5년은 임차인으로서 수익을 내기에 짧은 시간”이라며 “유럽처럼 최대 10년까지는 계약기간을 보장해줘야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장사를 해 수익을 낼 수 있다.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계약 후 5년까지만 임대인에게 같은 조건으로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김씨의 임차 기간은 5년을 넘긴 상태였다. 지난 1월 시행령 개정으로 상가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9%에서 5%로 낮아졌지만 이 조항은 그대로다.

임영희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싶은상인모임) 상임활동가도 “법은 5년간 임차인을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5년 후에는 언제든 내보낼 수 있다는 의미”라며 “법이 고쳐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궁중족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7일 건물주 이모(60)씨에게 둔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 및 특수상해)로 김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16년 1월 본가궁중족발이 영업하던 건물을 인수한 이씨는 보증금 1억원과 월세 1200만원을 요구했다. 2009년부터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97만원을 내며 장사해온 김씨에겐 큰 금액이었다. 김씨가 거부하자 이씨는 법원에 명도소송을 내 승소했고 수차례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김씨는 3개월 전부터 이씨 소유의 다른 건물이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1인 시위를 해 왔다. 김씨는 범행 당일 오전 이씨와 통화하던 중 그가 욕설을 하고 구속시키겠다고 하자 흥분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