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오랜 ‘혈맹’으로 불려온 중국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회담이 북·중동맹에 미칠 영향을 바쁘게 계산하면서도 그간 돈독히 쌓아온 경제협력 관계를 지렛대 삼아 한반도 문제의 ‘조종간’ 복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외교 전문가들을 인용해 “시간은 중국의 편”이라며 “중국은 아직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배제당하지 않을 경제적 카드를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확보해 놓은 통로가 워낙 다양해 현재 시행 중인 유엔 제재를 어기지 않고도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먼저 꼽히는 카드는 ‘에너지’다. 국경지대인 압록강 수력발전 시설이 대표적이다. 북한과 중국은 압록강에 수력발전소 4곳을 공동운용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북한 북부 지역과 중국 동북부의 랴오닝·지린성에 공급된다. 유엔 제재에서도 제외된 사항이다.
양국은 전력 공급 부문에서 60년 넘게 협력해 왔다. 압록강 일대에 수력발전소 2곳을 더 합작해 2010년부터 건설 중이다. 두 발전소는 압록강 중상류인 중국 지린성 지안의 망강루와 북한 만포시 문악동에 각각 설치될 예정이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나선특별시 역시 중국이 활용할 수 있는 통로다. 중국은 2011년 나선에 30억 달러(약 3조2300억원) 투자를 지원하는 대신 이 지역의 3개 부두를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받았다. 다만 최근 이 지역 투자는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경제특구인 압록강 하류의 섬 황금평과 위화도도 있다. 협상 당시 북측 협상을 담당했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숙청된 데 이어 유엔 제재안 실시로 양국 관계가 다소 서먹해지면서 역시 중국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확정된다면 중국은 이들 지역을 향한 투자를 대폭 늘릴 명분을 얻는다.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호재인 셈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SCMP에 “비핵화가 확실해지면 황금평이나 위화도 같은 경제특구 투자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사이 항공편도 중국이 손에 쥔 무기다. 이미 고려항공은 평양에서 베이징·상하이·선양으로 이어지는 노선을 운용하고 있다. 이달 안에 중국 서남부 청두로 향하는 항공편도 신설될 전망이다. 고려항공은 유엔 제재안에서도 제외돼 있다.
회담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중국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중국 외교부 직속기관인 중국국제문제연구원(CIIS)의 우징징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더라도 중국과 한국이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SCMP는 “중국이 유엔 제재안을 어겨가면서까지 북한을 돕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전폭적인 경제지원은 유엔 제재안을 해제하자는 데 국제사회의 의견이 모아져야 가능하다”고 봤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中, 한반도 문제 ‘주도권’ 다시 노린다
입력 2018-06-10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