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최악의 선거는 처음이다. 6·13 지방선거 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마지막까지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추문만 난무하고 있다.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영화배우 김부선씨 사이의 스캔들 논란이 지방선거 최대 관심사로 부각됐다.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지역 살림이나 정책과 관련한 관심이나 토론은 없고 막장드라마 같은 얘기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방선거와 남녀관계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최대 쟁점이 돼 버렸다. 당사자들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두 사람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김씨는 이 후보와 15개월 정도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 후보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누가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하고 있는지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이나 영화배우는 공인이다. 사생활에 속하는 남녀관계 자체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데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선거가 끝난 뒤라도 그냥 덮고 가선 안 될 것이다.
그런가하면 난데없이 ‘이부망천’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서울 살던 사람이 이혼 한 번 하거나 직장 잃으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또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쪽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유정복 인천시장이 시정을 잘못해서 이 지역이 살기 어려워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 발언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천과 인천 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 정 의원은 맡고 있던 대변인 직을 사퇴하고 사과했으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현상은 사전투표율이 20.14%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19대 대선 사전투표율 26.0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본선거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유권자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로 해석할 수 있어 고무적인 일이다. 이왕이면 유권자들이 각 후보들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7표,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에서는 8표까지 행사해야 한다. 광역단체장,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후보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집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물에는 후보자 재산과 병역, 세금 납부와 체납 사항, 전과기록 같은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정책과 공약이 담겨 있다. 이를 한 번이라도 읽어본 뒤 투표장에 가는 것이 아무나 당선되는 것을 막는 길이다.
[사설] 여배우 스캔들이 막판 변수가 된 최악의 지방선거
입력 2018-06-1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