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만화를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은 이랬다고 한다. “정말 웃기더라고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접했는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좋아할 만한 만화였어요. ‘대단한 물건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곧바로 만화를 그린 청년에게 전화를 걸어 책을 내자고 했어요.”
저런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은 출판사 뿌리와이파리를 운영하는 정종주 대표였다. 만화를 읽고 출판 계약까지 밀어붙인 시점은 2016년 4월. 정 대표는 “밀고 당기는 힘이 있는 만화여서 책을 내면 독자들의 반응이 좋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책은 계약을 맺고 1년3개월이 흐른 지난해 7월에서야 출간됐다. 제목은 ‘야밤의 공대생 만화’(이하 야공만). 야공만은 시장에서 어필하기 힘든 과학사를 다룬 작품인데도 2만부 넘는 판매고를 올렸고, 국내 주요 매체들이 뽑는 ‘올해의 책’ 리스트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맹기완(27)씨는 미국 유학 중이어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맹씨가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출판사를 통해 인터뷰 약속을 잡았고,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맹씨를 만났다. 그는 “야공만을 이렇게 좋아해 주실지 몰랐다”며 웃었다. 이어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기 시작한 만화였다”면서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야공만은 뉴턴 에디슨 오일러 같은 유명 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재기 넘치는 만화로 풀어낸 작품이다.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2016년 1월, 교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야밤에 공대 만화를 그려보았습니다”라면서 만화를 게시한 게 야공만의 시작이었다.
맹씨는 비슷한 시기에 ‘야밤의 공대생 만화’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도 개설했다. 그런데 이 페이지가 ‘대박’이 났다. 웃긴 만화라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면서 팔로어가 급증했다. 현재 야공만 팔로어는 5만9000명이 넘는다.
“기존 과학책들이 말하지 않는 ‘틈새’를 공략한 게 인기 비결인 거 같아요. 야공만의 강점은 가벼움이거든요(웃음). 만화를 그리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도 ‘재미’예요. 과학사는 엄밀하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자꾸 설명을 덧붙이면 지루해지더라고요.”
맹씨는 현재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 구조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면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컴퓨터와 전기공학을 공부한 그이지만 야공만에서 다루는 분야는 물리학 생물학 수학 등 각양각색이다.
맹씨는 “야공만 덕분에 과학에 관심이 생겼다는 말이나, 과학은 재미없다고 여겼는데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후속작은 언제 출간되는지 묻자 “아직 모르겠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과학사가 아닌 과학 그 자체를 다룬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요. 제가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데, 유명 밴드들의 역사를 소개하는 작품도 그리고 싶습니다. 물론 학업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야공만’ 대박인기에… 작가 맹기완씨 “나도 얼떨떨”
입력 2018-06-11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