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잇달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이제 하루 뒤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이 판가름 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두 차례 평양 방문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워싱턴 답방 등으로 사전 조율을 마친 북·미 핵 담판은 두 정상의 결단만 남겨놓고 있다. 전 세계의 눈과 귀는 싱가포르에 쏠려 있다.
정상회담은 성공하기 위해 연다는 외교가의 말처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예측하기 힘들고 돌발적인데다 즉흥적인 두 정상의 캐릭터상 회담 결과를 낙관하긴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1분 이내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진지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대화를 이어가지 않을 것이다. 시간 낭비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미국의 의도대로 회담을 이끌겠다는 선언이다. 그 배경에 아쉬운 쪽은 북한이라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이번 회담의 쟁점은 비핵화의 정의, 대상, 시기, 조건이다. 어느 것 하나 합의가 쉽지 않다. 여기에 검증, 사찰 문제까지 더해지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강경 여론을 의식해 인권 문제와 생화학무기 폐기까지 언급할 경우 자칫 판이 깨질 수도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런 만큼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서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미 정상회담이 곧바로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듯하다. 아쉬움이 크지만 이번 회담에서 빅딜이 성사되면 남·북·미 정상회담은 시간문제다. 한·미의 CVID 원칙은 분명하고 확고하다. 열쇠는 김 위원장이 갖고 있다. 김 위원장 스스로 인정했듯 핵으로는 북한의 번영을 가져오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절호의 기회를 김 위원장이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기회는 이번 한 번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해서는 북한의 미래가 암울하다.
[사설] 김정은·트럼프 싱가포르 도착, 주사위는 던져졌다
입력 2018-06-1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