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들의 활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위 기대작으로 꼽히는 대작 공연의 캐스팅 리스트를 훑다 보면 익숙한 이름들이 꼭 하나둘씩 눈에 띈다. 현재 공연 중이거나 개막을 앞둔 뮤지컬들에서도 이런 경향은 짙게 나타난다.
가수로서 다진 가창력과 명성이 이들의 강력한 무기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연기력과 쇼맨십까지 갖췄다면 뮤지컬계에 안착하는 건 시간문제다.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예는 옥주현이다. 이제 그의 이름 앞엔 ‘핑클 출신’이 아닌 ‘캐스팅 1순위 배우’ 수식어가 붙는다.
탄탄한 실력과 티켓파워를 인정받은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들이 종횡무진 무대를 누비고 있다. 먼저 동명 고전을 바탕으로 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눈에 띈다. 걸그룹 S.E.S 출신 바다와 에프엑스 출신 루나가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았고, 스칼렛을 사랑하는 레트 버틀러 역에 신성우와 테이가 합류했다.
섹시 가수로 이름을 날렸던 아이비는 공연계의 보배로 거듭났다. 쇼뮤지컬 ‘시카고’의 주역인 록시 하트를 네 시즌째 연기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는 최근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방구석1열’(JTBC)에서 “가수 출신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016년 ‘노트르담 드 파리’로 뮤지컬에 데뷔한 케이윌은 2년 만에 같은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꼽추 종지기 콰시모도를 연기한다. 밴드 부활의 보컬 출신인 정동하는 극 중 화자이자 파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아르 역으로 함께한다.
‘도그파이트’에는 왕년에 소녀 팬들을 잠 못 이루게 했던 ‘오빠들’이 뭉쳤다. 1960년대 혼란한 미국을 배경으로 베트남전 참전을 앞둔 해병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god 멤버 손호영, ‘세븐’이란 예명으로 활동했던 최동욱, 그리고 현역 아이돌 비투비의 이창섭이 버드레이스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뮤지컬 배우로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이지훈은 감성 멜로 ‘번지점프를 하다’로 새롭게 관객을 만난다. 주인공 인우 역에 합류한 그는 “좋은 작품에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 이지훈이 연기하는 인우 또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의 티켓 구하기는 벌써부터 하늘의 별 따기다. 작품 자체도 워낙 기대작이거니와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캐스트가 갖춰져서다. 끔찍한 괴물의 얼굴이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그윈플렌 역에 가수 박효신과 인기 아이돌 엑소(EXO) 멤버 김준면(활동명 수호)이 캐스팅됐다.
1세대 아이돌 H.O.T.의 리드보컬을 거쳐 실력파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한 강타는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강타는 “떨리고 설레고 부담도 되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느낌이 좋다. 잘 해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 같은 스타 캐스팅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관객 동원력이 크게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뮤지컬은 상업적 성격이 강한 분야여서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중요하다”며 “대체로 큰 규모의 극장에서 장기간 공연을 하기 때문에 관객을 채우기 위해선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스타를 데려오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흥행작엔 꼭 있다… ‘막강 티켓파워’ 가수 출신 뮤배들
입력 2018-06-11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