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56.8% 3833억 공중으로… 작년 대선 땐 77.2%, 706억 낭비
4년간 3번 선거에 5912억 증발… 이번 선거 총예산 1조700억
북·미 정상회담, 월드컵 등 겹쳐 투표율 하락 예측 많지만 유권자 의식 높아 반대 시각도
최근 4년 동안 치러진 세 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아 낭비된 예산은 6000억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6·13 지방선거에서도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 4000억∼5000억원의 예산이 또 허공으로 날아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별 예산과 투표율을 비교한 결과 2014년 6·4 지방선거의 총 선거비용 8878억원(이하 선관위 산정) 중 유권자의 투표 불참으로 낭비된 예산은 3833억여원에 달했다. 당시 전체 유권자(4129만6228명)의 투표율이 56.8%에 불과한 탓에 총 선거비용 중 절반 가까이가 이른바 ‘헛돈’이 된 셈이다. 당시 유권자 1인당 투표비용은 2만1498원이었다.
지난해 19대 대선과 2016년 총선 때도 상당한 예산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19대 대선 당시 투표율은 77.2%로 낭비된 예산은 706억여원(1인당 투표비용 7300원)이었고, 20대 총선 때는 투표율이 58.0%에 그쳐 1372억원(1인당 투표비용 7770원)이 버려졌다. 최근 4년간 세 번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낭비된 예산을 모두 더하면 5912억9036만856원이다. 대선과 총선에 비해 지방선거의 총 선거비용이 확연히 많은 것은 광역자치단체장 외에 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 후보자 등 총 후보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의 총 선거비용은 1조700억원이다. 투개표 등 선거 물품과 시설 임대비용, 선거인력 64만3000명 인건비 등에 책정된 액수가 5113억원이고, 정당·후보자에게 지급되는 보전비용이 5063억원이다. 이번 선거 전체 유권자(4290만7715명) 1인당 투표비용은 2만5000원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 투표율이 4년 전 지방선거(56.8%)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낭비되는 세금은 462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올해 인천 강화군 예산(4441억원)보다 많은 액수”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주목도가 낮아 투표율이 2006년 51.6%, 2010년 54.5%, 2014년 56.8% 등 60%를 넘지 못했다. 선관위는 특히 이번 선거일 앞뒤로 북·미 정상회담,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가 있어 투표에 대한 관심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만큼 상당수 야당 지지자들은 투표를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선관위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76.4%로 나타난 점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선관위는 각종 이색 캠페인으로 투표율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먼저 포털 사이트, SNS를 통해 선거 관련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선거 특집 퀴즈쇼도 진행 중이다. 경남선관위는 동네 빵집 100곳에서 ‘투표 빵’ 시식회를 열고, 부산선관위는 요구르트 배달 차량에 투표 참여 메시지를 부착해 도심을 누비도록 하고 있다.
유권자 스스로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우리 동네를 책임지는 일꾼을 내 손으로 뽑는 선거”라며 “유권자들의 주인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도 “투표는 유권자가 스스로 미래를 결정짓는 행위로 경제적으로 계산된 값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내 한표=2만5000원… 투표율 60% 안되면 4300억 날아간다
입력 2018-06-09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