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한다더니… 교육부, 朴·김기춘 빼고 수사 의뢰

입력 2018-06-09 05:01

황우여·서남수도 ‘면죄부’… 진상조사위원회 권고도 무시
교육부 공무원 등 6명 징계키로… 징계 대상자 명단도 공개 안해
내부서도 “적폐청산인지 의문”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경위 조사를 매듭지었다. 범죄 혐의가 드러난 17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6명을 징계키로 했다. 추진 경위가 담긴 백서도 발간했다. 교육부가 민·관 합동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 지난해 9월 25일 이후 257일 만에 내린 결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이른바 몸통은 수사의뢰하지 않았다. 황우여·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도 빠졌다. 이들을 꼭 수사의뢰하라는 진상조사위 권고를 무시하고 밀실에서 내린 결정이다. 수사의뢰와 징계 대상자가 누구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8일 “백서 작업을 끝으로 역사교과서 진상조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수사를 의뢰한 17명은 전직 청와대 관계자 5명과 교육부 관련자 8명, 민간인 4명이다.

진상조사위 권고를 무시한 처사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3월 28일 첫 조사결과 발표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청와대는 지시하고 교육부가 실행했다”고 밝히고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비서실장, 황우여·서남수 전 장관 등 25명가량을 수사의뢰하도록 교육부에 권고했다. 교육부는 “수사권이 없어 박 전 대통령 등 외부 인물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수사의뢰에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다시 수사를 하다 보면 (박 전 대통령 등도)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검찰로 공을 떠넘겼다.

해당 교육부 관계자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온다. 교육부는 통상 조사나 감사를 벌이고도 밝혀내지 못한 부분은 수사의뢰를 한다. 교육부 조사로 한계가 있었다면 수사의뢰는 당연한 수순이다.

교육부의 이런 석연치 않은 움직임에 일각에선 교육부 관료 출신 1호 교육부 장관인 서남수 전 장관을 후배 관료들이 예우해주려 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온다. 징계 처분이 예고된 교육부 및 산하기관 공무원 6명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교육관료들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이미 징계 대상자 리스트가 나도는 상황이다. 역사교과서 정상화 추진단 부단장을 맡은 박성민 국장과 이른바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 단장을 맡은 오석환 국장은 중징계, 나머지 과장·팀장급 이하와 산하기관 직원 4명은 경징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직원은 “박 전 대통령 의지로 국정화가 강행된 걸 모르는 교육부 사람이 있을까”라며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비서실장 등을 빼고 상부 지시를 수행한 공무원만 처벌하는 게 제대로 된 적폐청산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을 기록한 진상조사 백서를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교실에서 토론 위주 역사 수업이 가능하도록 역사과 교육과정도 바꾸기로 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