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IMF서 500억 달러 구제금융

입력 2018-06-09 05:00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가 지난 5월10일 워싱턴의 IMF 본부에서 니콜라스 두조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과 만나고 있다.

신흥국 금융 불안 재점화
브라질 헤알화 폭락, 2년3개월 만에 최저
트럭 파업에 政情 불안


신흥국 금융 불안이 재점화되고 있다. 급격한 외국자본 유출과 페소화 가치 급락을 겪은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한 달간의 협상 끝에 500억 달러를 지원받기로 잠정 합의했다. 2000년 400억 달러 구제금융에 이어 18년 만에 재연된 손 벌리기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를 거친 금융 불안 증상은 현재 브라질 헤알화로 옮겨가 이틀 새 화폐 가치가 4% 하락하는 등 패닉 장세를 보이고 있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7일(현지시간) 2.28% 오른 달러당 3.926헤알을 기록해 화폐 가치가 2016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틀간 4% 추락했고, 2분기에만 15% 정도 내려갔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터키 리라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에 이은 환율 불안 현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브라질 트럭기사 파업이 전국으로 확산 중이고 향후 대선에서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헤알화 가치가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부터 진행한 IMF와의 구제금융 협상을 매듭지었다. 3년짜리 단기 차관 500억 달러를 빌려오는 대신 내년엔 재정적자 비율을 1.3%까지 줄이고 물가상승률도 17%로 묶는 조건이다. 터키와 인도네시아 역시 외국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급작스럽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의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신흥국 금융 불안 확대는 일차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흐름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분기별 금리 인상 기조를 그나마 완충해주던 유럽중앙은행(ECB)마저 월 300억 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을 축소할 수 있다고 시사해 글로벌 돈줄 죄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피터 프라예프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유로존 경제 호조와 인플레이션 목표치 수렴을 주장해 다음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 여부가 언급될지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통화 약세 현상에서 한국은 일단 비켜나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5월 국제금융 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한 달 새 아르헨티나 페소화(-17.5%) 터키 리라화(-10.6%) 브라질 헤알화(-9.0%) 멕시코 페소화(-7.8%)가 달러화 대비 가치가 급락할 때 한국 원화는 -0.3%만 낮아지는 등 선방했다. 한국은 30% 수준의 낮은 단기외채 비율에 경상수지 흑자 74개월째 지속, 40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등 굳건한 대외 지표를 유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북핵 리스크 완화 덕을 보고 있다.

물론 안심은 금물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급격한 자본 이동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윤면식 부총재도 “장기간 유례없는 금융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하며 금융 불균형이 누적됐다”면서 “한국도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 앞으로 상당기간 우리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