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거티브만 판치는 혼탁한 지방선거

입력 2018-06-09 05:00
6·13 지방선거가 종반전으로 치달으면서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선거 운동이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으로 흐르다 보니 후보들 간 고소·고발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우리 선거의 민낯을 그대로 다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진흙탕 싸움이 가장 심한 곳은 경기지사 선거전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 간 상호 비방전은 점입가경이다. 두 차례 후보자 토론회에서 남 후보와 김 후보는 이 후보의 ‘형수 욕설’ 음성파일과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배우 스캔들’을 폭로했던 김 후보는 8일에는 ‘형수 욕설’ 관련 국회 기자회견으로 비방전을 이어갔다. 부산시장 선거전에서는 서병수 한국당 후보가 오거돈 민주당 후보의 암 재발 의혹을 제기하자 오 후보가 자신의 건강검진 기록을 공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제주지사 후보 간에는 각종 특혜 의혹 등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이전투구만이 선거판을 휘몰아치고 있는 양상이다.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난타전은 각종 수치로도 나타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선거법 위반 사례는 허위사실 공표 235건, 불법 문자메시지 194건, 불법 여론조사 82건 등이었다. 2014년 지방선거 같은 기간에 비하면 각각 17건, 72건, 24건 늘어난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가짜뉴스’도 3383건에 달해 4년 전 선거(939건) 때의 3.6배에 달했다.

도덕성과 자질이 뛰어나고 참신한 공약까지 겸비한 후보를 골라내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네거티브와 비방전이 난무할수록 유권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정책과 인물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정치 불신을 부추기는 무능력한 후보들을 도태시키는 것 역시 유권자의 몫이다. 한 표 한 표의 소중함을 반추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