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IPTV(인터넷TV) 3위 LG유플러스가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미국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말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제한 규제가 풀리면서 업계 1위 KT가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이에 KT를 견제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를 흡수하는 대형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LG유플러스는 올 하반기 자사 IPTV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들여오기 위해 넷플릭스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콘텐츠가 들어오면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은 별도 셋톱박스 없이 평소 IPTV를 보듯 넷플릭스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된다. 유료방송 업계 4위인 LG유플러스가 콘텐츠를 앞세워 KT·SK브로드밴드 등 경쟁사 추격에 나선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지난달부터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출연진을 내세워 ‘넷플릭스 3개월 무료 이용권’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모션이 넷플릭스의 IPTV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넷플릭스는 KT와 SK브로드밴드 등 다른 IPTV 사업자들과도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해온 합산 규제가 오는 27일 끝나는 것도 올 유료방송 시장을 뒤흔들 변수다. 합산 규제는 2015년에 3년 기한으로 도입돼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33.3%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해왔다. 합산 규제가 예정대로 폐지되면 시장 점유율 30.5%을 차지하고 있는 KT가 적극적으로 점유율을 늘릴 수 있게 된다.
KT보다 가입자가 500만∼600만명 뒤처져 있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케이블TV를 M&A해 가입자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은 26.8%로 늘어나 KT와의 격차를 단숨에 3.7%포인트로 좁힐 수 있다. 합산 규제가 폐지되기 전에도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케이블TV 인수설은 여러 번 제기됐다.
콘텐츠·가입자를 두고 경쟁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IPTV 업계와 달리 케이블TV 업계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도 IPTV의 케이블TV 흡수설에 힘을 싣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케이블TV 가입자(1409만7123명) 수는 IPTV 가입자(1422만281명) 수에 역전됐다. 매출은 2015년에 역전됐다.
다만 합산 규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합산 규제 폐지는 KT를 위한 특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진다”고 강력 반발했다. KT 점유율이 30%를 넘어선 데다 2위인 SK브로드밴드의 점유율(13.7%)과의 격차가 2배 이상 나는 등 후발 주자와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독점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KT는 “합산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반시장적 조치라 폐지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20대 국회 상반기가 지난달 29일 막을 내리면서 합산 규제 폐지 전에 규제 기한을 연장할 수는 없게 됐다.
다음 달 국내 대형 콘텐츠 기업 CJ E&M과 홈쇼핑업계 1위 CJ오쇼핑이 합병하는 것도 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CJ E&M의 콘텐츠 제작 능력에 CJ오쇼핑의 자본력이 더해지면 유선방송 시장에도 영향을 줄만큼 강력한 콘텐츠 공급사가 될 수 있다.
업계도 지각변동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KT의 위성방송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는 최근 위성방송의 UHD(초고화질)급 채널 운영을 위해 최근 과기정통부에 위성방송국(위성중계기)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개설 허가를 모두 받으면 KT스카이라이프는 현재 UHD급 채널을 5개에서 최대 30개까지 늘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스카이라이프가 합산 규제 폐지를 앞두고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포석을 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합산규제 ‘일몰’ 초읽기… 유료 방송시장 지각변동?
입력 2018-06-1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