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론조작 세력, 여야 가릴 것 없이 발본색원하라

입력 2018-06-08 05:01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상 여론조작의 진상을 규명할 특별검사에 허익범 변호사를 임명했다. 허 특검은 수사팀 구성 등을 거쳐 이달 말부터 수사에 본격 착수한다. 특검의 임무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전모를 밝히고 불법 행위자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여론조작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다. 경찰 수사 등을 통해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등이 드루킹과 여러 차례 접촉했고 인사청탁과 돈이 오간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드루킹이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지 3개월여가 흐른 데다 부실수사 논란이 일 정도로 핵심 증거들이 제때 확보되지 않아 특검의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하다가는 면죄부만 주고 끝난 과거 특검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는 안 된다. 특검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 여론조작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여론조작은 여론에 기반해 작동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중대 범죄다. 특정 세력이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걸 차단하지 못한다면 건전한 여론 형성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한나라당의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도 진상규명이 불가피하다. 드루킹 특검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물타기 의혹 제기’란 주장도 있지만 정황상 그렇게만 치부하기 어렵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디지털종합상황실장이었던 사람이 방송에 나와 당시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포털 사이트와 SNS 등에서 여론을 조작했다고 증언했다. 여론조작을 지시하고 수행하며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채팅방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댓글 조작은 2007년 대선, 2012년 대선, 2014년 지방선거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정당의 공식 조직이 여론조작을 주도한 심각한 사안이다. 민주당이 이날 검찰에 관련자들을 고발한 만큼 수사는 불가피하다.

민주당 측에서 드루킹 특검이 이 사건을 함께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 드루킹 특검 수사의 본령은 민주당 등 여권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벅찰 텐데 새누리당 등의 여론조작 의혹까지 수사하라는 건 드루킹 특검을 흔들려는 시도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민주당은 알아야 한다.

특검과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여론조작 세력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공론의 장을 오염시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여와 야를 가릴 것 없이 발본색원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