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출시 후 폭발적 성장… 업체 “덜 유해” 판촉에 급제동
“이제와서” 정부 늦장조사 분통… 성분 표시 확대 법개정 급선무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일반 담배보다 최대 93배 높다는 보건당국의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다.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 등 1급 발암물질 5종도 검출됐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고 금연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정부가 결론 내리면서 그간 유해성이 적다고 홍보해 온 담배회사의 판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국내 판매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 3개 제품의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 타르 등 11개 유해성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아이코스 앰버(필립모리스), 릴 체인지(KT&G), 글로 브라이트토바코(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 3종이다.
한 개비당 타르의 평균 함유량은 제품별로 각각 9.3, 9.1, 4.8㎎ 검출됐다. 판매량이 많은 일반 담배 100개종의 평균 타르 함유량(0.1∼8.0㎎)보다 훨씬 많다.
한 금연 전문가는 “2개 제품에서 발암물질 덩어리인 타르가 일반 담배보다 훨씬 많게 나온 게 놀랍다”고 했다. 그동안 해외에선 궐련형 전자담배에 타르가 일반 담배보다 적게 혹은 많게 들어있다는 연구보고서들이 뒤섞여 나왔는데 정부의 공식 조사를 통해 그 위해성이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금연 전문가들은 1급 발암물질 5종이 검출된 데 대해서도 “일반 담배보다 함유량이 적긴 하지만 암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고 담보하진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질환은 아주 낮은 농도의 통상적인 독성물질로도 발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해 5월 첫 출시 이후 올해 3월까지 1억6300갑이 팔리는 등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4월 기준 시장 점유율은 9.4%에 달했다.
담배회사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흡연 방식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쪄서 증기를 발생시키는 방식이라 유해물질이 적고 건강에도 덜 해롭다고 광고했다. 냄새가 적고 연기도 없다고 알려지면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흡연자들이 크게 늘었다. 연초 금연클리닉을 찾는 발길이 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식약처의 이번 발표로 국민들은 지난 1년여간 어떤 유해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명확히 알지도 못하고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마구 피워 온 셈이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덜하다는 근거가 없다며 허가 심사를 반려한 것과 대조된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도외시한 정부의 뒤늦은 조사와 발표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국제공인 분석법이 없어 일반 담배 분석법을 원용했으며 분석법 검토 및 검증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현행 담배 허가 시스템을 더 엄격히 하고 담배 성분 표시를 확대토록 한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교수) 회장은 “담배사업법 상 건강 유해성이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도 기획재정부에 신고만 하면 쉽게 허가되는 시스템이 문제”라면서 “담배회사 자체 자료가 아니라 국가 공인기관에 의해 이뤄진 데이터가 제출되지 않으면 허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현재 담뱃갑에 표시되는 타르와 니코틴 성분 외 검출된 다른 발암물질(가향 등 첨가물질 포함) 표시도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하고 궐련형 혹은 액상형 전자담배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신’… 타르 최대 93배·1급 발암물질 다량
입력 2018-06-07 18:23 수정 2018-06-07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