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번엔 김동연 힘 실어주기?

입력 2018-06-08 05:00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득분배 관련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팀 다잡기’에 나섰다. 최근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내세우며 청와대와 각을 세웠던 김 부총리가 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정부 내 혼란을 매듭짓고, 악화되고 있는 소득분배를 개선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간담회에는 관계부처 장관 외에 이례적으로 청와대 참모진이 참석했다.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하지만 의견 대립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팀이 일관된 목소리와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 부총리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득분배 관련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올해 1분기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분배 악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경제부처 간 협업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통계청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8.0% 줄어든 반면 5분위(상위 20%) 가구 소득은 9.3% 증가했다는 발표를 지목한 것이다. 이어 소득분배 악화의 원인으로 ‘일자리 감소’ ‘고령화’를 꼽았다. 김 부총리는 “도소매·음식·숙박업 일자리가 축소됐고, 은퇴한 70대 이상 고령인구가 크게 늘어난 게 소득분배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김 부총리는 저소득 가구의 특성에 맞는 대책을 각 정부부처에 주문했다. 고령인구를 위한 일자리 창출, 영세자영업자 경쟁력 강화, 임시·일용직 지원 강화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단기대책은) 즉시 현장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내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에 반영하겠다”며 “구조적 문제는 중장기 대책을 통해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직접 소집한 것으로 알려진 간담회엔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김수현 사회수석이 참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족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모적인 최저임금 논쟁을 끝내고,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자는 게 부총리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역시 관련 참모들을 회의에 참석시켜 김 부총리의 ‘경제사령탑’ 지위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열음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어 김 부총리가 제대로 중심을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우선 김 부총리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립했었다. 지난달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소득분배 악화 해소를 위해 소득주도성장 강화를 내세웠던 청와대와 달리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을 강조했었다. 장 실장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김 부총리의 ‘혁신성장 행보’는 계속된다. 김 부총리는 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만나 혁신성장과 투자·일자리 관련 현장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