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인들은 교회가 사회나 직장보다 평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회 내에서는 성별에 따라 고정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을 주제로 열린 8차 한국교회탐구센터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개신교인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회에 출석하는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조사해 분석한 것이다.
한국사회 성 평등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7.6%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답변 비율은 직장이 77.6%로 가장 높았고, 가정(63.8%) 학교(45.8%) 교회(33.9%) 순이었다.
교회 내 역할 실태 조사 결과 ‘남녀 구분 없이 한다’는 응답률은 절반에 못 미쳤다. ‘주일 대예배 기도를 남녀 구분 없이 한다’는 응답은 45.2%였다. 남성교인 39.7%, 목회자가 10.2%이고 여성 교인은 2.8%에 불과했다. ‘심방을 남녀 구분 없이 한다’는 응답은 46.2%로 조사됐다. 목회자 28.0%, 여성 19.1%, 남성 2.6% 순이었다.
이 같은 응답 성향은 예배와 심방에 있어 남녀 구별 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위성 조사 결과에 못 미치는 수치다. 주일 대예배 기도를 남녀 구별 없이 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76.3%, 심방은 75.3%로 모두 70%를 상회했다.
교회 봉사도 성별 차가 컸다. 주차봉사와 체육대회는 남성이, 바자회와 주방봉사는 주로 여성이 담당했다. 주차봉사는 남성이 71.6%를 차지한 반면 여성은 3.5%에 불과했다. 남녀 구분 없이 한다는 답변은 17.2%였다. 반면 주방 봉사에 참여하는 남성은 1.4%에 불과했다. 여성 64.1%였고, 남녀 구분 없이 한다는 응답은 32.6%에 그쳤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가 기독교 전래 초기부터 남녀 차별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집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는 여성이 교회에선 아무개 집사나 권사로 불리는 것 등이 영향을 줬다”며 “교회 내 지위나 역할이 남성보다 부차적인 경우가 많지만 신앙 활동이 가족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여성의 차별이 은폐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교회가 사회·직장보다는 성 평등
입력 2018-06-08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