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선생님은 언제 오시려나? 배치율 78%… 학교건강 빨간불

입력 2018-06-10 20:40
#. 승민(가명)이는 뼈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는 초등학생이다. 이로 인해 활달한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충돌만으로도 뼈가 부러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승민이는 혼자다.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한다. 학교에 1명밖에 없는 보건교사가 수백명의 학생을 뒤로하고 승민이 옆만 지켜서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승민이와 같은 아이들이 전국에 4665명이 있다. 만성질환이나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어 장기간 입원치료 또는 정기적인 외래진료가 필요하거나 정상적인 통학이 힘든 ‘건강고위험학생’들이다. 고위험학생으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관심이 필요한 학생은 수배가 넘는다.

문제는 ‘보건교사’ 배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전국에 배치된 보건교사는 기간제 교사를 포함해 법정정원의 78%다. 이마저도 2016년 69%에서 보건교사 임용논란이 일며 껑충 뛴 수치다.

한 학교에 1명의 보건교사도 없는 곳이 10곳 중 2곳이 넘는다는 얘기다. 당연하지만 보건교사가 없는 학교의 아이들은 일과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학교생활에서 의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전무한 상황인 셈이다. 한마디로 방치되고 있다.

이에 보건교사회(회장 차미향)는 학교 내 유일한 의료인이자 보건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로 법에서 정하고 있는 수준은 최소한 배치돼야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학급 및 학교의 규모, 학생성향이나 주변 환경 등에 따라 추가 배치도 고려돼야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당장 국가공무원 총정원제가 발목을 잡는다. 행정의 효율과 인력의 증가억제를 위해 도입된 총정원제로 인해 교원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교사 등 특수교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인데다 최근 보건교사 확충에 따른 여타 과목과의 관계도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건교사 때문에 임용이 안되고 있다는 푸념까지 듣는다. 그러나 교육부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직역별, 특성별 인력수요계획을 별도로 수립·충원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해당사항들을 고려해 인력충원요청을 하지만 총원제를 바탕으로 행정안전부에서 인력충원계획 등을 총괄하고 있어 요청해도 100% 그대로 이행되지는 않는다”고만 답했다.

이어 법정정원을 충족시켜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행안부에서 학생이나 학급 수, 지역적 특성이나 여러 다른 사항들을 고려해 중장기계획에 따라 충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뽑았다 해고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해 모든 학교에 배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보건교사회 차미향 회장은 “배치율을 100%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적어도 한 학교에 1명의 보건교사는 있어야 학생들의 보건위생환경 관리 및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1명이서 1000명이 넘는 학생을 보는 곳도 있다. 학교의 규모와 학생들의 필요도, 지역적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3명이 필요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