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 deep] 지금도 얼마든 가능한데… ‘무차입 공매도’ 감시 사각

입력 2018-06-07 05:05
무차입 공매도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골드만삭스 미결제 사고’가 계기다. 현재 주식거래 시스템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이번 주 초 마무리한 점검에서 ‘골드만삭스의 공매도 시스템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감독 부실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지난달 30일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의 미국 뉴욕지점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300개가 넘는 종목을 공매도했다. 다만 주식 대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결제일인 지난 1일 20개 종목(약 60억원 규모)을 결제하지 못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사고가 단순 주문 착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무차입 공매도를 하려다가 발각됐다고 본다.

공매도는 종목의 하락을 예측한 투자자가 없는 주식을 판 뒤 나중에 주식으로 갚는 투자 기법이다. 국내에선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주식을 빌린 뒤 파는 차입 공매도만 가능하다. 2000년 이전에는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했지만 시세차익을 노린 세력이 대량으로 공매도한 뒤 주식을 갚지 못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잦자 금지했다.

문제는 지금 시스템에서도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기관투자가나 외국인투자자가 공매도를 했을 때 이들이 주식을 미리 빌렸는지 제3자가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 금융투자 회사에 확인 의무가 있지만 유선이나 전산에서 투자자 의사만 확인할 뿐이다. 투자자가 주식을 빌렸다고 속이면 증권사는 공매도를 진행시킬 수밖에 없다.

또한 무차입 공매도를 하고 결제일인 이틀 후 오후 4시 전까지만 주식을 빌려놓으면 적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제일까지 계좌에 주식이 입고되지 않았을 때에야 한국거래소가 이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결제일까지 주식을 넣지 않는 등 무차입 공매도가 의심돼 거래소가 금감원에 통보한 사례가 연간 10여건에 이른다. 거래소 관계자는 “의심 사례들도 결제 마감인 오후 4시까지는 모두 주식을 넣었었다”며 “골드만삭스 사고처럼 오후 4시까지도 주식을 채우지 못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의 감시도 허술하다. ‘삼성증권 사태’ 이후 금감원은 전체 금융투자 회사를 대상으로 ‘시스템상 무차입 공매도 가능 여부’를 점검했다. 금감원은 이번 주 초 점검을 마무리했는데, 골드만삭스의 공매도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점검 기간 중에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했는데도 몰랐던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점검은 실질적 거래 내역을 본 것이 아니라 금융투자 회사에서 공매도 진행 시 대차거래 여부를 확인하는 규정이 있는지 등을 들여다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징계도 약하다. 5년간 무차입 공매도로 적발된 68개 회사 가운데 21곳만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나머지는 주의 조치에 그쳤다. 자본시장법상 무차입 공매도에 따른 징계는 불공정거래로 분류된다. 무차입 공매도가 미공개 정보 이용 등과 결탁됐을 때만 크게 처벌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삼성증권 사태 이후 금융 당국이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실시간 매매 모니터링 시스템’도 무차입 공매도를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증권사가 확인한 잔고 내에서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만 보기 때문에 증권사에서 정상 공매도라고 확인했음에도 사실상 대차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적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 예방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국책기관 연구원은 “골드만삭스 사건은 금융 당국이 무차입 공매도에 사후 대응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평소 철저하게 점검해 무차입 공매도를 엄두도 못 내게 해야 하는데 예방이 부실했다”고 꼬집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