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노조 와해 상부서 지시했다” 윗선 부인하던 팀장 진술 바꿔

입력 2018-06-06 19:25 수정 2018-06-06 21:31
‘삼성노조 와해 의혹’을 받고 있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가 5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공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속대응(QR·Quick Response)팀’ 팀장이 “내가 몸통”이라 했던 기존 진술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QR팀은 당시 노조 대응을 위해 구성된 여러 팀 중 하나로 이를 컨트롤한 윗선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최근 QR팀장 A씨로부터 QR팀이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고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등 윗선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그간 “모든 것을 내가 주도적으로 했다”며 윗선 개입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검찰이 내놓은 증거들 앞에 결국 “위에 시킨 사람이 더 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A씨는 QR팀을 ‘보고 전문 부서’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출범하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경영지원실을 통해 각 부서에서 인원을 차출한 뒤 QR팀을 꾸렸다. 당시 부당노동행위대응TF, 이슈대응TF 등 노조 관련 여러 대응팀을 만들어 운영했는데 이 중 QR팀은 일선에 파견돼 직접 현장에서 뛰는 팀이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공작에 QR팀의 그림자가 가장 많이 드러났던 건 이 때문이었다. A씨는 삼성전자에서 부장 직급이지만 삼성전자서비스에서는 구속된 최모 전무와 거의 동등한 위치였다.

A씨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막혔던 윗선 수사에도 숨통이 트였다. 검찰은 다음 주 경영지원실 임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윗선 규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현 대표인 최우수 대표이사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최 대표는 2016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가 됐지만 검찰은 사측의 노조 와해 공작이 올해 3월까지 계속된 만큼 그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최 대표는 노조 와해 공작이 한창이던 2013∼2014년 삼성전자 DS사업총괄 경영지원실 인사팀 부사장을 지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